기아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 ‘고용세습’이라고 비판받은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가까스로 잠정합의를 도출해 3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아 노사는 17일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6차 본교섭에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0일 진행될 예정이다.
쟁점이 된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는다. 단체협약에 문구가 남아있는 관련 조항은 재직 중 사망한 조합원에 한해 직계가족 채용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요구한 주 4일제와 정년 연장 즉각 실시 등도 합의에서 빠졌다고 한다. 대신 업무상 필요 시 정년 퇴직자를 1년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베테랑 제도’ 근무 기간을 1년 늘리기로 했다. 또한 기존 근로자 노동 강도 완화와 청년실업난 해소 차원으로 300명 규모 신규인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임금과 성과격려금은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 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격려금 250만 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 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이 포함됐다.
미래경쟁력 확보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공장의 성공적인 건설과 양산을 위해 노사가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신사업 및 미래차 핵심부품 등에 대한 국내 투자 확대, 미래 사업 전환에 따른 국내 물량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았다.
기아 관계자는 “전쟁과 고금리 기조, 국가간 무역장벽 심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미래차를 둘러싼 글로벌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노사가 미래 발전과 고용안정이라는 큰 틀에 공감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이번 합의를 토대로 경영 목표 달성과 미래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