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BMW의 준대형 세단 5시리즈 완경변경모델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이달 초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된 BMW 5시리즈 완전변경모델(8세대)이 ‘베스트셀링카’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5시리즈라고 하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입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 차량은 올해도 9월까지 국내에서 1만6252대가 팔리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유독 사랑을 받는 5시리즈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완전변경모델로 등장하니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달 5일 인천 영종도 인근에서 5시리즈 8세대 가솔린 모델(530i)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몸을 키워 왔네’였다. 앞선 BMW 5시리즈 7세대와 비교해보면 ‘6년 새 차급이 달라진 거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히 덩치가 커졌다. 7세대보다 전장은 95㎜, 너비 30㎜, 높이 35㎜씩 늘어났다. 앞뒤 바퀴의 축간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20㎜ 길어져 뒷좌석이 더욱 넓게 느껴졌다.
5시리즈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5시리즈를 구매할 때 가장 많이 비교하는 대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보다 전장이 120㎜,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보다는 65㎜ 더 길게 나왔다.
한마디로 5시리즈가 준대형 차량 중에서는 가장 덩치가 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실내를 선호해 대형 세단인 BMW 7시리즈를 선택했던 이들은 앞으로 5시리즈도 비교선상에 놓고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의 ‘키드니 그릴’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앞선 세대보다 키드니 그릴이 커진 덕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BMW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아이코닉 글로우’라고 불리는 램프가 적용돼 밤에도 키드니 그릴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BMW의 플래그십(기함) 세단이라고 할 수 있는 7시리즈에 적용됐던 것이 5시리즈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BMW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의 소유자임을 더 드러낼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과시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BMW 5시리즈 특유의 주행감은 여전했다. 가속 페달이 발의 압력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듣고 곧바로 원하는 속도를 냈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가 잘 나간다’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튀어나가는 힘이 경쾌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즉각 속도가 나기 때문에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는 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수입차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의 아쉬움은 5시리즈도 피하지 못했다. T맵이나 네이버지도 등의 국내 업체들 내비게이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속도로 급커브 구간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 알려주는 정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5시리즈의 내장 내비게이션은 안내가 늦거나 정보량이 적을 때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답답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해 평소에 쓰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5시리즈는 가솔린·디젤 모델로 나왔으며 트림에 따라 가격은 6880만∼8870만 원으로 책정됐다. 함께 출시된 5시리즈의 전동화 모델인 i5의 가격은 9390만∼1억3890만 원이다.
인천=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