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와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 업체들이 사실상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로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면 생산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어 최근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국 시장만 보호하는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도 한국산 전기차와 똑같은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중국 업계만 살려주는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세지는 중국산 전기차 공세
26일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중국 전기차 업체인 폴스타는 한국에서 2024년형 폴스타2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본사는 스웨덴이지만 생산은 중국에서 한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폴스타 차량도 모두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것이다.
폴스타는 현재 국내에서 폴스타2 싱글모터와 듀얼모터 2종만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신형 폴스타2의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모터 모델이 5590만원, 듀얼모터는 6090만원이다. 중국산이지만 각각 500만원, 225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 보호를 위해 수입 전기차에는 보조금 지급을 차별해 왔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시대로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난 것도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앞서 미국 테슬라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중국산 모델Y를 한국으로 수출하면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 대수가 2229대에 불과했던 모델Y는 중국산이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달에만 4501대가 팔렸다.
중국산 모델Y는 한국 업체가 만든 기존 삼원계 배터리가 아닌 중국 업체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가격은 국고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5700만원 정도로, 기존 모델보다 2000만원 이상 낮게 책정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상용차 부문에서는 중국산 바람이 더욱 거세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0%대에서 올해 40%대로 2배 이상 올랐다. 정부가 올해부터 보조금 정책을 바꾸면서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이 30% 이상 줄었지만, 중국산 전기버스는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국산 전기차 견제 움직임
중국이 차별적인 정책으로 자국 시장은 보호하면서, 싼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 세계 각국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최근 펴낸 ‘올해 3분기 기준 국가별 전기차 관련 주요 정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검토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견제를 위한 보조금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으며, 일본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자국 시장만 보호하는 중국 정부와 그 혜택을 발판으로 경쟁에서 앞서려는 중국 업체가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