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를 생산자재활용책임제(EPR)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던 환경부가 업계 반발에 사실상 정책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관련 업계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졸속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환경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현재 발생하는 폐배터리 규모도 작고 업계 반대도 심해 (해당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2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EPR에 포함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PR은 제품 생산자가 제품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다. 재활용이나 처리가 어려운 형광등, 타이어, 폐전지 등을 주 대상으로 한다.
배터리 업계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는 몸값이 비싸 ‘쓰레기’를 처리하는 EPR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해 왔다. 국내 폐배터리는 대부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로, 폐배터리 평균가가 개당 300만 원에 달한다. 한국배터리협회 관계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폐배터리를 ‘모셔가려는’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폐배터리가 EPR에 포함돼 전기차 제조사 등이 ‘생산자’가 될 경우 폐차 또는 재활용 업계는 사업 기회를 빼앗길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경제성이 떨어져 재활용보다 매립을 해야 하는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는 추후 EPR 도입 등 대응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LFP 배터리 비중이 높은 중국, 유럽에서는 폐배터리에 EPR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