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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 투자 유치… ‘트라피구라’ 니켈 자회사 켐코 지분 참여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11-17 14:53:00업데이트 2023-11-17 15:06:51
고려아연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고려아연 황산니켈 제조 계열사 켐코(KEMCO)가 추진하는 친환경 ‘올인원 니켈 제련소’ 투자에 함께하기로 했다. 켐코 지분에도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16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본사에서 트라피구라와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을 위한 총 1849억 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 투자금은 니켈 제련소 공사비용과 초기운전자본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투자협약과 함께 신규 제련소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조달하기 위한 계약도 맺었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프랑스 다국적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의 니켈을 유통하는 중개업체로 알려졌다. 계약에 따라 트라피구라는 켐코에 연간 2만~4만 톤 규모 니켈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신 켐코가 생산하는 전체 황산니켈 물량 중 투자지분에 해당하는 20% 물량에 대한 권한은 트라피구라가 갖는다.

이번 투자로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켐코 지분은 기존 35%에서 64%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향후 켐코의 사업실적이 고려아연 재무제표에도 연결될 예정이다. 트라피구라 역시 켐코 지분 12.9%를 보유하게 된다. 특히 이번 투자는 작년 11월 발표한 사업제휴의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한화와 LG화학, 현대자동차그룹, 트라피구라 등이 고려아연 사업 파트너로서 성장 전략인 ‘트로이카드라이브’에 동참해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성공에 대한 고려아연의 자신감이 반영된 투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트라피구라는 작년 기준 매출이 400조 원에 달하는 업체다. 전 세계를 무대로 원유와 금속, 광물 등을 취급하면서 글로벌 자원 중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갖춴 고려아연은 다양한 국가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트라피구라와 손잡고 협력을 지속 강화해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각 권역별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취지다. 또한 배터리 소재 수요자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켐코를 통해 건설하기로 했다.
켐코는 전구체 원료로 사용되는 황산니켈을 제조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현재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인근 약 6000㎡ 부지 공장에서 연간 최대 10만 톤 규모 황산니켈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LG화학과 합작사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연간 최대 2만 톤 규모 전구체 공장을 연내 완공해 내년부터 시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 제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아연과 납 정광뿐 아니라 저품위 정광이나 스크랩 등을 처리해 총 21가지 유가금속 및 화학물질 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신규 제련소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건식과 습식 융합공정을 도입해 니켈매트와 산화광의 니켈수산화침전물(MHP, 니켈 중간재) 등 모든 종류의 니켈 함유 원료를 처리하고 황산니켈부터 황산코발트, 전구체 등을 생산하게 된다. 니켈이 함유된 폐배터리와 관련된 사업도 추진하며 고객사 요구에 따라 액상이나 결정화된 황산니켈부터 황산코발트, 전구체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제련 분야에서도 비철금속 글로벌 1위 기업 명성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 제련기술이 집약된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통해 글로벌 니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잘로 데 올라자발(Gonzalo De Olazaval) 트라피구라 금속·광물부문 글로벌 총괄은 “고려아연은 트라피구라가 보유한 금속 유통 및 중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종 제련사업을 지원하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기업”이라며 “금속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고려아연과 협력하게 돼 뜻 깊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