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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수소차 생태계’… 내수, 1년새 반토막

구특교 기자
입력 2023-11-30 03:00:00업데이트 2023-11-30 10:32:09
29일 오후 서울 수소충전소에서 이현민 씨의 넥쏘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29일 오후 서울 수소충전소에서 이현민 씨의 넥쏘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다음 차를 살 때는 꼭 내연기관으로 돌아갈 겁니다.”

29일 오후 서울의 한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를 충전 중이던 이현민 씨(43)는 이처럼 말했다. 이 씨는 2020년 넥쏘를 구매해 3년간 12만 km를 주행했다. 수소차가 흔치 않던 때였지만 당시 정부의 대대적인 수소차 인프라 확대 전략을 믿고 구매했다. 단계적으로 수소연료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발표도 봤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수소차 정책은 그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3만 원대면 가득 차던 연료 가격은 현재 5만 원을 넣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수소충전소 확대 계획도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한 상황. 이 씨는 “충전소를 겨우 찾아도 오후 8시 전에 문을 닫고 점심에는 열지 않는 곳도 많다”며 “부품이 없어 수리도 어렵다 보니 내연기관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2022년 달성 목표로 2019년 발표했던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 목표가 현재 절반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현대제철 수소 설비 고장으로 수도권과 강원, 충청 지역의 수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충전소가 단축 운영되기도 했다. 수소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일어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수소경제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총 3만3796대(누적 기준)다. 2019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수소 인프라 및 충전소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2022년 6만7000대 수소차 보급 목표를 내세웠는데, 당시 목표의 절반 정도 달성한 셈이다.

올해 수소차 내수, 수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10월 기준 올해 수소차 신차등록대수는 3964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대수(8435대)의 절반 아래다. 국내 수소차 수출도 올해는 271대에 불과하다. 2020년(1041대)과 2021년(1121대) 1000대를 넘었던 때와 비교해 급감했다.

수소차 보급이 목표만큼 되지 않는 것은 우선 연료가격이 매년 오르며 수소차의 연료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2019년 정부는 kg당 수소가격을 2022년(6000원), 2030년(4000원), 2040년(3000원)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소유통센터’를 설치해 적정 수준으로 수소가격을 관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수소연료가격은 거꾸로 매년 상승해 지금은 kg당 1만 원까지 올랐다.

수소충전소 보급 속도도 더디다. 2019년 정부는 지난해까지 총 310개 충전소 구축을 계획했다. 주요 도시에서 최대 30분 이내에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총 160곳에 그친다. 대부분 충전소 운영 시간이 짧고 주말과 공휴일에 운영하지 않아 수소차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소업계는 문재인 정부에서 수소경제를 키워온 ‘업적’ 때문에 현 정부가 정책 마련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낸다.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5분 내외로 짧고 한 번 충전에 약 600km를 가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보다 배터리 공간과 무게가 작아 버스, 트럭 등 상용차에도 적합하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소 관련 업계 한 임원은 “현 정부도 국정과제에 ‘세계 1등 수소 육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수소 생태계가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