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가 티볼리-토레스 성공 계보를 이을 가성비 전기차 ‘토레스 EVX’를 내놨다. SUV답게 넉넉한 공간이 최대 강점인 토레스 EVX는 첨단 편의사양에 합리적인 주행거리까지 챙기며 새로운 국산 전기차 대안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가격대도 국고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4000만 원 아래로 낮아지기 때문에 구매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최근 토레스 EVX 시승행사에서 상품성을 직접 확인해봤다. 신차를 몰고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출발해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120㎞ 거리를 달렸다.
디자인은 익숙한 토레스 모습 그대로다.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운전석 계기판을 12.3인치 디지털 화면으로 변화를 줬고, 전기 모터 구동 성능을 고려해 바퀴는 20인치 휠을 새로 추가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차체가 큰 SUV의 경우 운전 시야 확보가 중요한데 KG모빌리티는 이 같은 특성을 파악해 최저 지상고를 175㎜로 설계했다.
2열 공간도 넉넉하다. 무릎이나 머리 공간이 주먹 한 두개가 들어갈 정도로 제법 여유가 있다. 적재공간은 기본 839ℓ, 2열을 접으면 최대 1662ℓ까지 확보된다. 트렁크 아래에도 별도 수납공간을 배치하는 세심함도 보인다. 야영에 필수적인 실외 V2L 커넥터를 기본 적용해 차량의 전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도로에 올라 본격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파악해봤다. 토레스 EVX에는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해 중국 BYD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했는데 효용성이 궁금했다. 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낮다. 토레스 EVX는 셀투팩 공법을 적용해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까지 높인 BYD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 가능거리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토레스 EVX 주행거리는 433㎞에 달한다.
가속페달을 밟자 토레스 EVX는 부드럽게 뻗어나갔다. 전기차는 초반 가속 시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차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주행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감속 시 전기에너지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 뒤편 레버로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최고 단계인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내리막길에서 정차도 가능하다.
고속 주행은 무척 안정적이다. 액셀레이터를 밟자 속도가 부드럽게 치솟는다. 가속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데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부드러운 가속이 오히려 편안함을 줬다. 152.2kW 전륜 구동 모터를 장착한 토레스 EVX는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6㎏·m의 주행 성능을 지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1초만에 주파한다.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보다 최고출력은 약 22%, 최대토크는 21% 높다.
낮은 무게중심 역시 안정적인 주행에 한몫했다. 배터리가 바닥에 설치되는 전기차에 맞춰 개선한 하체 덕분에 차량 움직임이 한층 더 좋아졌다.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 의도대로 토레스가 움직이고, 감속도 즉각적이라 차량 제어가 쉬웠다.
주행 시 실내 소음은 평범한 수준이다. 고속 주행에서 풍절음이 들리긴 하지만 탑승객과의 대화가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첨단 편의사양도 갖췄다. 특히 자동 차선 변경 기능은 유용했다. 고속구간에서 어뎁티브 크루즈컨트롤 사용 시 방향지시등을 켜면 별도 운전대 조작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량 이동이 가능했다. 어뎁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차선 및 앞차와의 일정 간격을 잘 유지시켜 운전을 도왔다.
이 차에는 고급차에 들어가는 편의장치인 자동 문열림 장치도 탑재돼 있다. 자동차 열쇠를 몸에 지닌 상태에서 트렁크에 가면 3초 후 뒷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야외 활동 시 많은 짐을 담거나 마트에서 장보고 손이 부족할 때 매우 필요한 기능이다.
복합전비는 5.0km/kWh(도심 5.5km/kWh, 고속도로 4.5km/kWh)로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 높은 5.3km/kWh가 나왔다.
토레스 EVX 가격은 △E5 4750만 원 △E7 4960만 원이다. E5와 E7은 휠 타이어 크기, 내부 고급 옵션 등에서 차이가 난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 후반으로 구입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