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SK온도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다. 예상보다 이른 ‘성장 정체기’를 맞이한 국내 배터리 3사 중 두 곳이 수장 교체를 단행하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 일변도 전략을 유지해 온 국내 배터리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7일 예정된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60·사진)이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 사장은 최근 이 같은 인사 방침을 통보받았다. SK는 그룹 내 사장급 인사를 지 사장 후임에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2021년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60)과 지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사업을 이끌어왔다.
앞서 지난달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66)이 김동명 사장(54)에게 대표직을 넘겼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리더십 교체를 단행한 것은 이들이 주도해 온 배터리 산업 고속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환경 전환 흐름을 타고 급격히 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올해 들어 성장 정체가 본격화됐다. 시장 규모는 여전히 커지고 있지만, 미국발(發) 금리 인상 기조와 소비 침체 여파로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218만4000대, 2021년 484만2000대, 2022년 812만 대로 전년 대비 각각 31.6%, 121.7%, 67.7%가 상승했다. 올해 1∼9월은 723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534만7000대보다 3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장률 둔화세가 뚜렷한 것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3만2974대로 전년 동기 13만9067대보다 4.4%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체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이 15%를 넘어가면서 시장 정체가 시작됐다”며 “금리 환경도 좋지 않은데 돈을 버는 족족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업이 이익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2018년 미국 조지아주에 첫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이래 2020년까지 신규 공장에 수조 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금융 경색이 시작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적자 폭은 줄어들었지만 당초 목표로 한 ‘연내 분기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3분기(7∼9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5157억 원으로 전년 동기(5219억 원) 대비 소폭 하락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금융시장 정상화가 기대되는 내년 하반기(7∼12월)를 지나 2025년 이후에야 교체 및 신규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소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수율 안정화와 신규 기술 개발 등 자체 체력을 길러야 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새로운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지연됐던 완성차 및 배터리·소재 업체들의 프로젝트와 수주 등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의 수요 둔화는 2024∼2025년에 걸친 한시적 우려라고 판단하며 2026년 이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없다”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