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디 올 뉴 싼타페 외관은 박스카 형태로 디자인돼 실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일반 가정집 방 하나를 온전히 차지할 만한 크기의 정글짐을 신형 싼타페(가솔린)에 실어 옮겨왔다. 정글짐을 선물한 지인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활용도가 떨어졌다”라고 했다. 옮길 때는 재조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정글짐 해체를 최소한으로 했다. 서울 용산구 지인 집에서 수색역 인근 필자의 집까지 거리는 약 11km다.신형 싼타페는 광활한 실내 공간감이 인상적인 모델이다. 8월 완전 변경 모델로 출시된 싼타페는 전장(4830mm)과 축간거리(2815mm), 전고(1720mm)를 기존 TM 모델보다 각각 45mm, 50mm, 35mm 늘였다. 특유의 각진 디자인 덕에 도로 위에서 보면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전장 4995mm, 전고 1750mm)보다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정글짐을 싣자 그제야 거대한 차체의 위용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정글짐 크기는 가로 2.2m, 세로 1.7m, 높이 2m. 차량내 2, 3열까지 좌석을 모두 접어 ‘차박 모드’로 변경한 뒤 정글짐 부품들을 차곡차곡 싣기 시작했다. 미끄럼틀, 경사 쿠션도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쌓아 올렸더니 정글짐이 어느새 차량에 다 들어갔다. 차량 내부를 빈틈없이 메우긴 했지만 사이드미러와 백미러 시야는 충분히 확보됐다.
집 안에 설치돼 있는 정글짐(작은 사진)을 일부 해체한 상태로 신형 싼타페에 모두 옮겨 실은 모습. 독자 제공·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그 상태에서 후암동의 비탈진 좁은 골목을 지나야 했는데, 정글짐 부품은 크게 제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싼타페는 큰 덩치에 비해 부드러운 주행감을 보여 줬다. 주행 중 옆 도로 버스 안 승객들이 괴상한 풍경에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민망하여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었다. 차체를 둘러싸고 있는 12개의 보스 스피커는 운전자의 자존감을 한껏 높여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무사 귀환 후 정글짐을 재조립하며 신형 싼타페의 기획 의도를 되짚어 봤다.신형 싼타페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2만1482대가 팔렸다.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인 2만8705대의 75% 수준이다. 기아 쏘렌토가 여전히 국내 중형 SUV 부문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싼타페의 상품성은 이전보다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팬데믹 기간이 지나면서 차박 열풍이 약간 시들긴 했어도 ‘공간 활용성’은 신차 구매 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현재 정글짐 하나를 온전히 실을 수 있는 국내 SUV 모델은 많지 않다. 싼타페보다 차체가 큰 팰리세이드나 제네시스 GV80이라 해도 유선형 디자인이 많이 적용돼 정글짐을 조각조각 해체하지 않으면 운반하기 힘들 것이다. 네모난 디자인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그럼에도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데만큼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모델도 다양해지고, 가격도 높아지면서 과거 싼타페가 중형 SUV 시장을 평정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긴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완전 변경으로 싼타페는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을 갖추게 됐다.
‘정글짐도 싣는 차.’
이 한 문장은 패밀리카 시장에서 싼타페가 가진 개성과 강점을 단번에 드러내는 명패가 될 것 같다. 싼타페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3546만∼4700만 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888만∼5140만 원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