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본 도요타자동차 자회사의 품질 인증 부정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실상 무기한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섰고, 일본은 물론 주력 시장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에서도 제품 출하 중단에 들어갔다. 도요타로서는 제품 신뢰도의 근간을 흔드는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자 ‘품질 경영’으로 손꼽히는 도요타의 브랜드 영향력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품질 데이터 바꿔치기-조작 횡행
이번 사건은 도요타 경·소형차 자회사 다이하쓰공업에서 발생했다. 올 4월 해외 수출용 차량의 측면 충돌 안전성 인증 절차에서 부정이 확인되자 회사 측은 ‘제3자 위원회’를 구성해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경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다이하쓰는 올 상반기(4~9월) 세계에서 36만여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조사 결과 충돌 시험은 물론 배기가스, 연비, 에어백 품질, 머리 받침대 성능 등 25개 항목, 174건의 조작 및 부정이 추가로 발견됐다. 에어백 충돌 데이터를 바꿔치기하고 배출 가스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수법이 대담했다. 1989년부터 조작이 계속된 부분도 있었다. 다이하쓰가 현재 생산, 개발 중인 28개 모든 차종과 엔진을 납품받은 모회사 도요타 22개 차종 등 총 64개 차종에서 조작, 부정이 이뤄졌다.
오쿠다이라 소이치로(奥平総一郎) 다이하쓰 사장은 “현장에서 바른 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상황을 깨닫지 못했다. 전적으로 경영진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 자동차 규제 당국 수장인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국토교통상은 “자동차 인증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성은 다이하쓰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다이하쓰는 자국 및 해외에서 모든 차종의 출하를 정지하고 일본 내 모든 공장의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도요타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5개국에서 ‘탄토’ 등 소형차 6종의 출하를 중단했다. 이는 도요타의 아시아 생산 완성차의 5%에 달한다. 동남아는 도요타 등 일본차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특히 소형차 인기가 높아 ‘다이하쓰 사태’에 유난히 민감하다.
● 한국 업계에 반사이익 될까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품질 부정이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2009년 발생한 도요타의 가속페달 및 전자제어장치 결함 문제는 미국 등에서 1000만 대 이상의 사상 최대 규모 리콜 사태로 번지며 수십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디젤 게이트’로 불린 2015년 독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역시 수십조 원의 손실과 함께 이후 내연기관 엔진 퇴출-전기차 도입 확산의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도요타에서는 지난해 버스·트럭 자회사 히노자동차가 20년간 연비 및 배출가스 조작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여파로 자국 내 차량 출하가 전면 중단되고 주가가 40% 넘게 하락했다. 최근에는 다이하쓰 사태에 미국 내 도요타 100만 대 리콜이 겹쳐 일본 증시에서 도요타 주가가 장중 5.6% 하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경쟁자인 한국 자동차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는 2009년 도요타 리콜 사태 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급격하게 전기차로 시장이 바뀌고 있는 동남아에서 도요타가 적극적이지 못한 데다, 이번 사태로 도요타의 장악력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보다 전기차 경쟁력이 있는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일본차에 대한 동남아 선호도가 워낙 높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