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한(漢)’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가 무섭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比亞廸·BYD)가 지난해 4분기(10∼12월) 판매량에서 그간 부동의 세계 1위였던 미국 테슬라를 제친 것이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BYD가 연간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 등에서도 조만간 테슬라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테슬라 ‘모델3’
BYD는 과거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했지만 최근 유럽 등 해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 독일은 물론이고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도 진출했다. 최근 동유럽 헝가리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만 34만 대 판매
BYD는 지난해 4분기에 순수 전기차(BEV) 52만6409대를 판매했다고 2일 밝혔다. 테슬라는 아직 같은 기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약 48만3200대를 판매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석 달 동안 테슬라보다 4만3000여 대를 더 팔아치운 것이다.
특히 공격적인 판촉 정책으로 지난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만 34만178대를 판매한 것이 순위 변동에 주효했다.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한 수치이며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량이다.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BYD가 약 43만2000대, 테슬라가 약 43만5000대를 팔아 아슬아슬하게 테슬라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가 분기 기준 테슬라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며 “전기차 업계의 (순위)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BYD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합한 판매량 또한 지난해 4분기 석 달 내내 월 30만 대 이상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BYD의 연간 판매량은 302만4417대로 집계됐다. 과거 5년간 누적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 정책 지원-쉬운 배터리 조달도 한몫
중국 당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와 대규모 재정 지원은 BYD의 성장세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해 초 테슬라가 가격 할인에 나서자 중국 업체는 더 많은 할인율을 제시하며 수요 증가를 주도했다. 당국 또한 서구 자동차 업체가 주도하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자국 업체를 후방 지원하고 있다.
BYD가 1995년 설립 당시 소형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한 점도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2003년 기존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면서 완성차 업계에 뛰어들었고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세를 키우고 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속속 잠식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로 중국 기업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약 94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전 690만 대에서 1.5배가량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판매량 또한 최소 1150만 대로 예상된다.
1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장착 배터리의 부품 요건이 강화되면서 미국에서 최대 7500달러(약 98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19개로, 지난해 43종에서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지난해 4월 한 차례 요건이 강화돼 이미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