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 450h+ 외관. RX 모델은 1999년 글로벌 첫 출시 뒤 20여 년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5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제공
태어나 처음으로 일본 자동차를 운전했다. 지금껏 일본 자동차를 운전하는 지인들에게서 “세심한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기본에 충실해 고장이 없다”는 장점들을 숱하게 들었다. 정말일까 궁금했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 450h+’를 타고 서울과 경기 김포를 오가며 ‘진실 여부’를 감 잡아보기로 했다. 렉서스 RX 모델은 주차 시 차량을 투과한 화면을 보여줘 주차선에 맞춰 주차하기에 편리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직접 운전을 해보니 지인들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차’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른 자동차의 자동주차 기능을 사용했을 때는 빈 주차공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렉서스 RX는 좁은 공간에서도 빈 주차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버튼을 누르자 핸들을 요리조리 돌리더니 10초 만에 정확하게 주차를 마쳤다. 주차 시 화면에 차량을 투과해 실선으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스루 뷰’ 덕분에 주차선을 확인하기 쉬운 점도 섬세하다고 느껴졌다.10여 가지 ‘안전 기능’에도 다양한 디테일이 녹아 있었다. 자동으로 앞 차량과 속도를 유지해 주는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자 멀리서부터 천천히 감속을 시작했다. 앞차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급정거하듯 멈추던 경험을 다른 차량에서 했기에 안정감이 들었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는 주행선 감지가 어려워도 아스팔트와 연석 경계선을 인식해 안전한 주행을 도왔다. 시속 15km 이하 저속 주행 중 급격하게 가속을 감지하면 속도를 제한해 충돌을 예방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좌석들은 몸을 꽉 잡아주도록 설계돼 흔들림을 줄여줬다. 뒷좌석에도 두꺼운 쿠션이 몸을 받쳐주고, 리클라이닝(기울이기) 기능이 편안함을 높였다. 고급스러운 소재 덕분에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스피커는 소리가 실내 공간 중앙으로 모여 입체적으로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자체 내비게이션은 아쉬웠다. 김포의 한 카페 목적지 입구를 잘못 찾아 길을 한 번 헤맸다. 외제차이다 보니 국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성능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었다.
렉서스 RX는 1999년 처음 출시돼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모델이다. 이번 5세대 모델은 지난해 6월 한국에 출시됐다. RX 450h+는 하이브리드 덕분에 큰 SUV이지만 연료소비효율은 L당 14km로 경제적이었다. 오랜 기간 하이브리드를 고집해 온 도요타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하이브리드 모델은 정숙하고 편안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RX 450h+ 모델 가격은 1억993만 원(개별소비세 포함). 1억 원인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고려하면 생각해 볼 만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미래 지향적인 인테리어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겐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장인 정신’을 차량에서 느끼고 싶다는 소비자에겐 권할 만한 차량인 듯하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