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2023.5.21/뉴스1 ⓒ News1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전기차 판매가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할인 공세가 이어졌으나 2022년 판매량을 넘어서진 못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수입차 포함)은 15만7823대를 기록, 2022년 15만7906대보다 83대(0.1%) 감소했다. 전기차 도입이 본격화한 이후 연간 판매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10만355대)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했고 2022년에도 60% 이상 성장하며 16만4324대가 팔렸다. 매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며 달려왔지만 지난해 성장을 멈췄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전년(25만9053대)보다 약 45% 증가한 37만5076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N’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2023.11.17/뉴스1
지난해 글로벌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역성장한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11월까지 543만2900대로 이미 2022년 판매량(486만6200대)을 넘어섰다.
미국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밖에 독일(46만9793대), 영국(30만4005대), 프랑스(28만3493대) 등도 11월에 이미 2022년 판매량을 넘어선 상태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전기차 할인 공세에 나섰으나, 상승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전기차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추가 지원했다. 이에 맞춰 업계도 자체적으로 최대 400만원 등 추가 할인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8월(9264대) 1만대를 밑돌던 전기차 판매량은 9월부터 매달 1만대 이상으로 회복했고 11월에는 1만6829대까지 올라왔다. 지난 12월에도 1만1117대를 기록하며 월 1만대 이상 판매량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2월은 보조금 소진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며 “연초 보조금 확정 전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아 야외 전시관에 전시한 전기차 EV3(오른쪽)와 EV4.ⓒ 뉴스1
지난해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현대자동차(005380)의 1톤 전기트럭 ‘포터2 일렉트릭(EV)’이다. 포터2 EV는 지난해 2만5799대 판매됐다. 현재 포터2 EV는 보조금 확정 지연 등 이유로 생산이 잠깐 중단된 상태다. 포터2 EV에 이어 기아(000270) EV6 1만7227대, 현대차 아이오닉5 1만6605대, 기아 봉고 EV 1만5152대, 테슬라 모델Y 1만3885대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5위권에 이름을 올린 수입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Y가 유일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 RWD(후륜구동)을 하반기 판매하면서 연간 판매량 1만6261대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3000만~4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통해 전기차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기아도 소형 전기 SUV EV3와 준중형 세단 전기차 EV4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GM은 중형 SUV 이쿼녹스 EV 출시를 고려 중이다. 수입차도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는다. 볼보는 올해 상반기 소형 전기 SUV ‘EX30’의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얼리어답터에서 성숙 단계로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했다”며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나, 가격 경쟁력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