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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롤스로이스 팬텀… ‘단 한 명’ 위한 장인정신 느껴져

구특교 기자
입력 2024-02-08 03:00:00업데이트 2024-02-08 03:00:00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인 ‘팬텀 시리즈 II’ 차량 외관.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인 ‘팬텀 시리즈 II’ 차량 외관. 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 II’ 차량 운전대에 앉았다. 팬텀은 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이다. 1925년 처음 출시된 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품고 있다. 차 한 대 가격은 시작가 기준 약 7억 원. 여러 옵션을 추가하면 웬만한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보니 평소와 달리 긴장이 됐다.

출발을 했는데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연기관인데도 전기차를 탄 것 같았다. 팬텀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자동차로 잘 알려져 있다. 총 130kg의 흡음재를 사용해 외부 소리를 완벽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타이어까지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처리돼 있다고 한다.

긴 차량 길이로 골목 운전이 쉽지 않았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의 휠베이스(2900mm)보다 600mm 이상 길다. 다행히 큰길로 빠져나오니 생각보다 운전이 어렵지 않았다. 가속을 하자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요트가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 모습으로 전용 모니터를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뒷좌석 모습으로 전용 모니터를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이번에는 ‘회장님’ 체험을 위해 뒷좌석에 타 봤다. 좌석을 뒤로 젖히고 발 받침대를 다리 길이에 맞췄다. 좌석에 내장된 안마 기능을 켜니 긴장이 스윽 풀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곡을 틀었다. 18개 스피커에서 건반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감자 실제 콘서트홀에 있는 것 같았다. 롤스로이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변경하기 전 반드시 오디오 엔지니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소리’에 진심이란 뜻이다.

고개를 들자 천장에 별들이 보였다. 중간중간 별똥별도 떨어졌다. 조명을 별처럼 천장에 꾸며둔 롤스로이스 ‘슈팅스타’ 장치다. 별을 좀처럼 보기 힘든 서울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냉장고도 탑재돼 있어 최적의 온도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회장님’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럭셔리 취향까지 반영하며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가수 지드래곤이 자주 애용했다. 과거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소유했던 차량이기도 하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직접 롤스로이스 운전을 즐기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총 276대의 롤스로이스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37대가 팬텀 모델이다. 가격은 시작가 기준 7억1200만 원(스탠더드 휠베이스 모델)부터 8억2600만 원(익스텐디드 휠베이스 모델). 비싼 가격이지만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팬텀 모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시승을 마친 뒤 ‘롤스로이스 팬텀을 소유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봤다. 팬텀 내부 우드 장식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이 떠올랐다. 48개 우드 장식들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한 달 넘게 걸리지만 매끄러운 나뭇결을 위해 하나의 차에는 오직 한 그루의 나무만 사용된다. 차량 구매자가 고른 나무로도 제작할 수 있다. 우드 장식에서도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이 철학이 1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팬텀을 지켜낸 비결이 아닐까 싶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