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뉴스1
자율주행 차량에서 인간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 핵심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현직 KAIST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손현창)는 15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KAIST 교수 이모 씨(63)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씨는 중국 정부가 과학 기술 분야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인 ‘천인계획’에 2017년 선발됐다. 이후 2020년 2월까지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기술 연구 자료 등 파일 72개를 중국 현지 대학 연구원 등에게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 장애물을 인지하고 위치와 거리, 운동 특성 등을 파악하는 공간 측정 기술이다. 이 씨는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될 때 필요한 차량 간 라이다 간섭 현상을 없애는 첨단 기술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2021년 적발해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자신이 고용한 연구원이 연구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거짓으로 꾸며 임금 2000만 원을 가로채고, KAIST 부속센터 운영비 1억9000만 원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 1심 선고 공판에서 당시 재판부는 “유출한 기술이 당장 경제적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술이 법으로 보호되는 첨단기술 범위에 속하는 만큼 이 씨에게 비밀 유지 의무가 있었다”며 “엄격히 보호해야 할 산업 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형을 선고하고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기술 유출 정황이 드러난 후에도 천인계획 계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범용 기술로 주장하며 은폐해 학교 측이 자체 심사를 했음에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두뇌한국(BK) 21 사업 연구비와 센터 운영비를 연구 장비 구입에 전용해 학교 측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천인계획으로 취득한 이득이 15억3000여만 원에 달해 적지 않다”며 “인맥과 지식을 동원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행위가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AIST 관계자는 “이 씨는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로 형 확정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