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8월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테슬라의 1분기(1∼3월) 판매 실적이 증권가 예상을 밑도는 저조한 수준에 머문 가운데 머스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으로 풀이된다.머스크는 5일(현지 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 로보택시가 8월 8일 공개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FSD)로 무인 택시를 운행하며 요금을 받는 신사업 개척에 첫발을 내디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로보택시 상용화와 관련해 그 이외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깜짝 발표’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와 불신이 엇갈리고 있다. 상용화만 된다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 분명하지만 이와 관련해 그간 머스크가 여러 번 말을 바꿔왔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5년 전인 2019년 4월 ‘테슬라 자율 투자자 데이’ 행사에서 이미 “2020년까지 로보택시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며 “자동차 운영자가 매년 3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4일신형 '모델 3'의 후륜구동(RWD)과 롱레인지를 한국에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형 모델 3의 판매 가격(시작가)은 직전보다 800만원 이상 낮아졌다. 테슬라코리아 제공
기술적 한계로 인해 로보택시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만 해도 지난해 10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성 보행자를 치는 사고 이후 로보택시 운행을 중단했다.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상업운행을 시작한지 두 달여 만이었다. 또한 2014년부터 100억 달러(약 13조5300억 원)를 들여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나섰던 애플도 2월 해당 프로젝트(애플카)를 폐기했다.일부에서는 ‘캐즘’(일시적 수용 정체) 극복을 위해 로보택시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저가형 모델 확산을 실천하는 ‘이중 전략’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저가형 모델 확산에 공을 쏟아왔다.
실제 테슬라는 한국에도 지난해 모델 Y 후륜구동(RWD)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모델 3 RWD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RWD를 포함한 모델 Y는 올해 1∼3월 누적 기준 수입차 중 가장 많은 6012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 3 RWD 또한 직전 미국산보다 가격이 800만 원 이상 낮아 모델 Y 못지 않은 판매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는 더욱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시각 정보를 라이다 등 다른 장비 없이 오직 카메라만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그렇게 구현된 현재의 FSD 기술만으론 사실상 ‘무인’ 로보택시가 구현되긴 힘들어 보인다”라면서 “머스크의 이번 발표는 판매량 감소를 저가 전기차 확산으로 보완하는 한편, 이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