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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안달게 해드려요” 고가 법인차 꼼수 구매

오승준 기자
입력 2024-04-24 18:21:00업데이트 2024-04-25 14:06:19
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법인 승용차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크게보기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법인 승용차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아우디 A8(1억4440만 원)도 연두색 번호판 안 달게 해드릴 수 있어요.”

23일 아우디 딜러 김모 씨에게 ‘아우디 A7(1억780만 원)’ 차량을 일반 번호판으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묻자 “단기렌트 계약서를 쓰고 6개월마다 갱신하면 더 고가 모델도 일반 번호판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어 “6개월 후에 반납할 필요 없이 장기로 사용하면 된다. 렌터카 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어 가능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올 1월부터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의 법인 차량이 세금·보험 공제 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의무화한 가운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차량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당초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가 법인 차량의 연두색 번호판 의무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날 기자가 통화한 벤츠·BMW·아우디 딜러 10명 중 모두가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을 수 있냐”는 질문에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단기 렌트로 차를 반복해서 빌리는 방식은 1년 미만 단기 렌터카가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규정상 단기 렌트를 연장해 1년이 넘을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하지만, 계약서를 다시 쓰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 가는 것이다.

가장 흔한 방법은 9000만~1억 원 선의 외제차를 8800만 원 이하로 할인하는 것이다. 법인 차량은 부가가치세를 공제받기 때문에 8800만 원 이하면 실제 취득가는 8000만 원 이하가 된다.

BMW 딜러 이모 씨는 1억 원이 넘는 630i(M스포츠 패키지) 모델까지 일반 번호판으로 출고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리스로 구매하면 1500만 원까지 할인이 가능해 연두색 번호판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본사 차원의 프로모션에 대리점 수당도 줄이고 할인을 더 넣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판매사들 간 할인 경쟁이 격화돼 BMW코리아에서 할인 폭을 줄이라고 제재를 가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벤츠 딜러 박모 씨는 “E300 AMG라인(9390만 원)까지는 렌트로 구매하면 7% 할인 프로모션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벤츠 딜러 정모 씨는 “법인 고객들이 E클래스 등 1억 원 전후 차량들에 대해 일반 번호판으로 출고할 수 있냐는 문의가 많다”며 “그런 문의가 오면 리스나 렌트 등의 방식으로 할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두색 번호판 의무화 이후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 수입 법인차 신규 등록은 줄어들었지만, 8000만 원 이하 수입 법인차 등록은 오히려 늘어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1~2월 등록된 취득가액 7000만 원 이상~8000만 원 미만 수입 법인차는 총 1110대로 전년 동기(1075대)보다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8000만 원 이상 수입 법인 차량 등록대수는 7047대에서 5762대로 18%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현행 연두색 번호판 정책이 오히려 법인 고객의 가격을 낮춰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금액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동차 판매사 측의 할인 정책에 대해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꼼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생산 차량을 할인하는 등 판매사마다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인데, 이를 일일이 규제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