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수입차 딜러 김모 씨에게 ‘아우디 A7(1억570만 원)’ 차량을 일반 번호판으로 구매할 수 있냐고 묻자 더 비싼 차도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단기렌트 계약서를 쓰고 6개월마다 갱신하면 고가 모델도 일반 번호판을 달고 장기로 사용할 수 있다”며 “렌터카 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어 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올 1월부터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이 세금·보험 공제 혜택 등을 받기 위해서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의무화되자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판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두색 번호판은 고가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장기 리스나 렌트를 한 뒤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하는 제도다.

딜러가 소개한 경기도 소재 렌터카 업체 대표 최모 씨는 “차량 등록 이후에 이를 추적해서 번호판 색을 바꾸게 할 시스템이 정부나 지자체에 없다”며 장담했다. 다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번호판 교체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세금 탈루일 경우 세무 당국이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츠 딜러 박모 씨는 “E300 AMG라인(9390만 원)까지는 렌트로 구매하면 7% 할인 프로모션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할인 후 가격은 8733만 원이다. 또 다른 벤츠 딜러 정모 씨는 “많은 법인 고객들이 E클래스 등 1억 원 전후 차량들에 대해 일반 번호판으로 출고할 수 있냐고 문의한다”고 전했다.
실제 연두색 번호판 의무화 이후 8000만 원 이하 수입 법인차 등록은 오히려 늘어났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1∼2월 등록된 취득가액 7000만 원 이상 8000만 원 미만 수입 법인차는 총 1110대로 전년 동기(1075대)보다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8000만 원 이상 수입 법인차 등록대수는 7047대에서 5762대로 18.2%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현행 연두색 번호판 정책이 오히려 법인 고객의 가격을 낮춰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오히려 제값을 주고 사는 개인 고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제재할 명확한 근거도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매사마다 다양한 할인 정책을 펴는 것을 일일이 규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