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속에선 부드러운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과 효율성을 누리다가 달리기 모드에선 전기모터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감각적인 주행 반응으로 완전히 다른 차처럼 반응한다. ‘운전의 재미’를 고성능 전기차로 풀어낸 현대자동차의 대담한 시도다.
현대차는 지난달 10일 양산 막바지 단계까지 오른 아이오닉 6 N을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차 남양연구소 주행성능시험장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현대차의 핵심 기술 개발 공간으로, 고속 주행부터 드리프트 테스트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차량의 퍼포먼스를 검증하는 최전선이다.

위장막으로 가려진 아이오닉 6 N에는 주요 개발진이 동승해 차량특성을 세세하게 전달했다. 개발 현장 목소리와 기술의 근간을 직접 연결해 차량 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코스는 S자 코너, 슬라럼, 급제동-회피 구간 등 주행 기술의 핵심 요소를 모두 담은 시험로였다. 먼저 연속된 S자 구간에서 차는 망설임 없이 방향을 바꿨다. 조향에 즉각 반응하는 N 서스펜션은 마치 운전자 의도를 읽기라도 한 듯 날카롭게 몸을 틀었다. 무게감은 있었지만 결코 둔하지 않았다.
급제동 상황에서도 차량은 흔들림이 없었다. 회생 브레이크는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노면을 꽉 잡았고, 차체는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연속된 슬라럼 구간에선 스티어링의 정밀한 피드백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아이오닉 6 N은 정확한 조향에 대해 리듬감을 유지하며 반응해 주는 신뢰감을 운전자에게 전달했다.

두 번째 코스는 직선 고속 주행과 하이 스피드 코너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트랙 구간이다. 차량의 고속 안정성과 주행 밸런스를 정밀하게 시험해볼 수 있었다. 동승한 연구원은 브레이킹 포인트와 클리핑 포인트, 이상적인 레이싱 라인을 반복해 안내했다. 그 움직임에 맞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정교하게 트랙을 따라갔다. 브레이크는 정해진 지점에서 밟고, 클립 포인트를 지난 후에는 부드럽고 정확한 가속이 이어졌다.
이 구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N 브랜드 전동화 기술의 감성적 진화였다. N e‑시프트는 전기차임에도 내연기관의 변속감을 연상시키는 가상 단수 체감을 구현하며 토크 변화를 매끄럽게 전달했고,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이그니션 모드’에서 고출력 터보차의 배기음을 실내에 생생하게 투영시켰다. 고속에서의 속도감은 물론, 사운드와 감각까지 함께 밀어붙이며 운전 몰입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백미는 단연 직선 구간에서의 폭발적인 가속감이었다. 이 차는 N 런치컨트롤 기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2초가 걸린다. 아이오닉 6 N은 전기차가 낼 수 있는 순수한 속도의 쾌감을 여과 없이 전달했다.
마지막 코스는 노면에 물을 분사해 인위적으로 마찰을 떨어뜨린 드리프트 전용 트랙이었다. 트랙 앞에서는 개발진이 드리프트 모드와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을 설명하며 자세히 안내했다. 차는 스로틀을 놓는 순간 회생제동 개입으로 자연스러운 드리프트가 유도됐고, 드리프트 각도 조절은 1에서 10단계까지 가능해서 초보자와 고급 운전자 모두가 맞춤형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추가로 설정 가능한 휠 스핀 제어는 가속 중 바퀴가 헛돌지 않고 안정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덕분에 드리프트를 리듬과 흐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주행 쾌감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시승을 마친 뒤에도 아이오닉 6 N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슈퍼카에 버금가는 강렬함이 온몸에 남았다. 겉으로는 익숙한 전기 세단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운 성능이 숨겨져 있다. 고성능 사륜구동 시스템과 84.0kWh의 고출력 배터리를 바탕으로 ‘N 그린 부스트’ 모드 기준 전후륜 모터 합산 478kW(650마력)의 최고 출력과 770Nm(78.5kgf·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전기차 시장조차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시점에서 현대차는 운전의 재미를 위해 ‘고성능 전기차’라는 새로운 영역을 정조준했다.
아이오닉 6 N은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2년 전 출시된 아이오닉 5 N의 경우 7700만 원에 매겨진 바 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