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뉴시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역대 1분기(1~3월) 중 가장 좋은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만 파는 미국 테슬라의 경우 매출이 8.7% 줄어드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을 늘리며 캐즘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0조6585억 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역대 1분기 중에 가장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1분기 매출(37조7700억) 보다 7.6%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은 3조55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현재차 매출이 증가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경우 1분기 매출이 213억100만 달러(약 29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순이익은 11억29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테슬라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4~6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차와 테슬라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은 하이브리드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까지 부상하자 테슬라의 올 1분기 판매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1분기 전체 차량 판매(102만1827대)에서 6.5%를 차지하던 전기차 비중이 올 1분기는 4.5%로 떨어졌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공백을 메웠다. 하이브리드는 올해 1분기 현대차 전체 판매(100만6767대)의 9.7%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도 호조를 띄었다.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까지 포함해 현대차의 SUV 판매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5.5%에서 올해 1분기는 60.6%까지 올랐다. 더군다나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도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결국 하이브리드와 SUV 같은 고부가 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데다 환율 효과가 겹치며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 4분기(9~12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동 예정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를 생산하며 시장 수요에 적극 대용할 방침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MGMA에서 하이브리드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시설 투자할 예정”이라며 “기존 중·대형에서 소형 하이브리드까지 개발해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