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50∼60%대로 급락했다.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라인의 일부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국내외 사업장의 평균 가동률이 57.4%라고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1분기 가동률은 77.7%다. 1년 새 20%포인트 이상 가동률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전체 가동률은 69.3%로 하반기(7∼12월) 들어 가동률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경기 불안 및 보조금 축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업 평균 가동률이 69.5%라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96.1%)보다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가동률은 87.7%였다.
배터리 기업들의 가동률이 급락한 원인은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탓이다.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배터리 주문을 줄인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당초 계약분보다 실제 주문량이 줄어들자 배터리 업체들에 보상금까지 지급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체들 입장에선 일회성 보상금을 받긴 하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 장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 원재료비 같은 변동비가 줄더라도 공장 설비의 감가상각, 부동산 임차료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도 악화됐다. SK온은 1분기 33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약 75% 감소한 영업이익(1573억 원)을 올렸다.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1889억 원을 제외하면 적자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29% 감소한 2674억 원이었다.
시장 침체 상황은 2분기(4∼6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수요가 여전히 저조한 데다 미국의 연비 규제와 유럽 배기가스 규제가 완화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장기 성장 전망도 기존 기대치보다 하향 조정됐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및 ESS 사업 수주 등이 기대되는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 라인 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포드 전용 라인을 현대자동차용으로 전환해 가동률 제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