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 적용되는 ICCU는 충전 기능과 전력 관리 기능을 통합한 핵심 전장 부품이다. 주로 ▲DC 급속 및 AC 완속 충전 제어 ▲고전압 배터리에서 12V 보조배터리로의 전력 변환 ▲V2L(외부 전력 공급) 기능 관리 등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12V 배터리 충전을 담당하는 DC-DC 컨버터 기능이 고장 날 경우 차량은 계기판에 ‘출력 제한(Power Limited)’ 경고를 띄운 뒤 점진적으로 동력을 잃게 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경고 발생 후 최대 약 45분간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ICCU 관련 두 차례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대상 차랑은 △아이오닉 5(2022~2024년형) △아이오닉 6(2023~2025년형) △GV60·GV70·G80 전동화 모델 △ EV6(2022~2024년형) 총 약 20만 대가 리콜 대상이었다.
현대차 측은 이 가운데 약 1%(약 2000대)에서 실제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NHTSA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NHTSA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ICCU 고장의 주요 원인은 △12V 배터리 충전 시작·종료 시 발생하는 과전압 △충전 또는 주행 중 발생하는 열부하 등이다. 내부 트랜지스터 손상 시 12V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하는 퓨즈가 차단된다. 이로 인해 차량 전장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서비스 절차는 진단 코드(DTC) P1A9096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코드 미검출의 경우 IC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코드 검출이면 ICCU 및 퓨즈 교체, 냉각수 교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핵심은 12V 충전 시 DC-DC 컨버터에 ‘소프트 스타트’ 방식을 적용해 과전압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냉각 팬과 워터펌프 제어 로직을 조정해 내부 온도 관리도 강화했다.
하지만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리콜 수리 후에도 동일 현상이 재발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5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해당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까지 누적 15만618대가 판매됐다.
독일 전기차 커뮤니티 ‘고잉일렉트릭’에서도 아이오닉 5와 6 기아 EV6 ICCU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커뮤니티가 최근 공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0km 또는 초기 고장은 드물었으며 대부분 2만~4만km 구간에서 고장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공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리콜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기준 누적 6만6938대가 판매됐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이오닉 9 역시 리콜 조치가 이뤄졌고, EV6는 상반기 중 리콜이 예정된 상태다.
일부 해외 차주들은 리콜을 넘어 환불을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NHTSA 규정에 따르면 안전과 직결된 결함이 두 차례 수리 이후에도 반복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교환·환불 적용이 쉽지 않다.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은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신차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적용 요건이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이하’로 제한돼 있다. ICCU 고장이 주로 2만~4만km 구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ICCU 부품 설계 문제로 여기진 않지만 개선품 생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위원은 “주행 중 차량이 멈출 경우 2차 피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자동차리콜센터나 한국소비자원에 적극적으로 결함을 신고하고, 제작사와 관계 기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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