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베마 공장 근로자들이 생산 차량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400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해당 공장에는 ‘투싼’과 ‘싼타페’ 등이 생산된다. 현대자동차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공장의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가입이 좌절되며 이르면 다음 달 판가름 날 현대자동차 미 앨라배마 공장의 노조 결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미 공장의 UAW 노조 가입 투표가 가결되면 회사는 국내외 ‘노조 리스크’에 동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1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미 앨라배마 공장 2곳에서 노조 결성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근로자 약 56%(2642명)가 반대표를 던져 무산됐다. 앞서 공장 2곳의 근로자 70%가 노조 가입 카드에 서명하면서 투표 요건이 충족됐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UAW는 지난해 6주간 파업을 하며 미 완성차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4년에 걸쳐 총 25% 임금 인상 합의를 얻어냈다. UAW는 이 기세를 확대해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 도요타 등 미국 내 노조가 없는 13개 외국계 자동차 공장의 근로자 15만 명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독려해 왔다.
지난달엔 독일 폭스바겐의 유일한 미국 내 공장인 테네시주 공장에서는 73% 찬성률로 노조 가입이 통과됐다. 미 남부 지역에서는 노조를 결성한 최초의 외국계 소유 자동차 공장이 되기도 했다. 이 기세를 몰아 UAW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도 노조 결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미 완성차 업계는 UAW의 다음 목표가 현대차 공장에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현대차 공장에선 이르면 다음 달 노조 가입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UAW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 30% 이상이 노조 가입 카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실비아 아메리칸대 교수는 “UAW의 다음 목표는 현대차 공장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외곽에 있는 도요타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UAW 노조 설립이 부결되면서 현대차 공장의 노조 설립 기세도 한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브 워커 페이엣빌주립대 조교수는 “이번 투표 부결로 인해 노조가 조직하려고 하는 다른 현장 근로자들의 열의가 식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조에 적대적인 성향이 강한 공화당 텃밭의 미 남부 지역의 분위기도 투표 결과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2005년 준공된 현대차 핵심 생산 거점으로 4000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미 주력 상품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와 ‘투싼’ 등이 생산된다.
앨라배마 공장의 UAW 노조 가입이 가결될 경우 현대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노조와의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사측 입장에선 노조가 결성되면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늘어난 인건비는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앨라배마 공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이어온 현대차는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UAW가 빅3를 상대로 ‘4년 25% 인상안’에 합의하자 현대차도 같은 수준의 25%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올해 3월에는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에게 월 최대 150달러(약 20만 원)의 아동 복지 보조금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