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들이 약진하자 해외 업체들이 중국 전략 수정에 나섰다. 독일 업체들은 투자를 늘렸고 일본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국 업체들은 중국을 해외 수출용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1∼3월) 40.6%였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신차 판매 점유율은 올 1분기에 59.8%로 증가했다. 4년 사이 19.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브랜드는 점유율이 21.9%에서 13.0%로, 독일 브랜드는 24.7%에서 17.5%로 쪼그라들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한국 브랜드도 같은 기간 점유율이 4.6%에서 1.7%로 더 후퇴했다.
중국 시장의 변화에 글로벌 업체들의 대응은 각양각색이다. 독일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생산시설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지리자동차가 모회사의 주주로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와 손잡고 2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충전 인프라 합작사 설립을 승인받았다. 지난달에는 BMW가 중국 선양 생산 시설에 200억 위안(약 3조7000억 원)을, 폭스바겐은 중국 허페이시의 생산 및 연구개발 시설에 25억 유로(약 3조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각각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위주의 중국 시장에서 전동화 대응이 늦었던 혼다와 닛산은 중국 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4년 만에 중국 내 생산이 100만 대를 밑돈 닛산은 현지 생산능력을 30%가량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서 연간 149만 대의 생산 능력을 지닌 혼다도 20%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이미 지난해 11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공장을 이미 일부 매각한 현대차그룹은 현지에 남은 공장을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기준 약 8만 대를 중국에서 생산해 신흥시장에 수출했는데 2027년에는 이를 25만 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를 역수입해 지난달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는 ‘무파사’, 기아는 ‘EV5’ 등의 신모델을 중국에서 출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