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브랜드의 점유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등 자동차 중견 3사의 분위기 반전 여부는 하반기(7∼12월) 출시되는 각 사 신차의 흥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1∼5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브랜드의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45만4886대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국내 판매량은 4.6% 줄었지만, 국산차 전체 판매량(49만5486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포인트 늘어난 91.8%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견 3사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5만8857대)보다 31% 떨어진 4만591대에 머물렀다. 제네시스 단일 브랜드의 판매량(5만7823대)에도 못 미친다. 이들 3사의 국내 판매 점유율도 8.2%에 불과하다. 상반기(1∼6월) 국산차 시장에 찾아온 불황이 신차 출시가 더딘 중견 3사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에도 이런 역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견 3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올해 처음으로 10% 아래에 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2024년 자동차산업 상반기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0.9% 감소한 84만3000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KAMA는 2024년 연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64만5000대로 지난해보다 5.9%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중국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외부 변수가 증가하는 격변기”라고 진단하며 “내수 위축으로 인한 성장동력 약화를 막기 위한 내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등이 절실한 KG모빌리티는 하반기 토레스 기반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 픽업트럭 신차를 내놓는다. 르노코리아 또한 4년간의 신차 부재를 깨고 신형 하이브리드 SUV를 출시하며 대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수입차에서 제네시스로 넘어가려는 소비자가 많은 데다 그간 중견 3사의 신차 출시 부족으로 현대차그룹 브랜드로 소비자의 선택이 쏠리고 있다”며 “중견 3사가 경쟁력을 높여 국내서 치열하게 싸우고, 성과가 좋은 차종을 해외로 수출하는 구도가 다시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