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완성차 제조사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함에 따라 14일 독일 폭스바겐그룹코리아와 일본 렉서스코리아가 추가로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주요 완성차 업체 중 테슬라를 제외하고 14개 브랜드 총 88종 모델의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됐다.
‘릴레이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시작된 것은 이달 초 인천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계기가 됐다. 각종 안전 대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인천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너무 과열됐단 지적도 있다.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논쟁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각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많이 사용됐나.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된 전기차 모델 중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이 25개로 가장 많았다. SK온이 24개, CATL이 20개, 삼성SDI는 19개, 파라시스가 5개, 비야디(BYD)가 2개, PPES가 1개로 그 뒤를 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A 250’에는 SK온과 CATL 배터리가 모두 사용되는 등 1개 모델에 복수의 배터리사 제품을 채택한 차종도 적지 않았다.
CATL, BYD,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공개 모델 전체의 약 31%에 달했다. 특히 모회사의 1, 2대 주주가 중국 자본인 벤츠는 이번에 공개한 16개 모델 중 14개 모델에 중국 회사 배터리가 일부라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의 고급 세단 ‘EQE 350+’를 비롯해 5개 벤츠 차량에는 글로벌 10위권 배터리사인 파라시스 제품이 사용됐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불이 더 잘 나나.
“통계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빈도가 더 높다. 지난해 자동차 1만 대당 전기차 화재는 1.3건이었는데, 내연기관차는 1.9건이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보급이 본격화돼 ‘새 차’ 비율이 높은 것치고는 화재가 많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불이 나기 쉬운가.
“갑론을박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덜 충전된 배터리가 화재 위험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충전이 많이 될수록 배터리 내 에너지가 더 많아지고 배터리를 더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수명을 위해서라도 30∼90% 충전을 권고한다.
그렇다고 완충한 전기차를 시한폭탄 취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겉보기에 완충으로 표시돼도 실제로는 95∼97% 정도만 충전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지하 주차는 위험한가.
“지상보다는 지하 주차장 화재 진화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구조상 연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시야 확보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인천 지하 주차장 화재에서도 소방대원들이 직접 호스를 들고 진화 작업에 나서야만 했다. 진화에 8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끄나.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질식소화포와 이동식 수조가 활용된다. 특수 소재 담요인 질식소화포는 공동주택에서도 구비해 놓을 만하다. 이를 덮으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후 소방서에서 이동식 수조로 불이 난 차량을 막은 뒤 물을 채우면 차량 하부에 장착된 전기차 배터리가 냉각돼 화재가 진압된다.
일부 업체에서는 금속화재에 사용하는 ‘D급 소화기’를 마치 전기차 배터리용 소화기인 것처럼 과장 광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에서는 ‘리튬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및 소화약제 침투 곤란으로 국내외에 유통되는 소화기로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불가하다’고 안내한 바 있다.”
―충전 모니터링 앱을 쓰면 화재를 막을 수 있나.
“과충전을 예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업체 혹은 완성차 업체에서는 전기차 충전량을 관리하는 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신속하게 충전 케이블을 제거할 수 있다. 앱으로 손쉽게 희망 충전율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