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선두 주자인 미국 테슬라의 유럽 판매 실적이 올해 들어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신차 출시가 뜸한 데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 때문에 테슬라의 할인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전기차 통계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해 1∼7월 유럽 주요 15개국에서 테슬라의 신규 누적 등록 대수는 14만7582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7만9358대)과 비교하면 약 18% 감소했다. 등록 대수로 따지면 3만 대 이상 줄어든 수치다.
테슬라의 하락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대표 차종인 ‘모델3’는 올 상반기(1∼6월)에 유럽 28개국에서 10만1181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줄어든 수치다. 2023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약 204%가 증가한 13만6564대 팔렸는데 1년 새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내연기관까지 모두 합쳐서 2023년 상반기 유럽 판매량 1위를 차지했던 모델Y 순위는 올 상반기에 8위로 곤두박질쳤다.
테슬라가 부진한 것은 신차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델Y는 2020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됐는데 이후 눈에 띄는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테슬라가 사용했던 할인 전략이 효력을 다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토다이내믹스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은 2023년과 같은 효과를 더 이상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