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골드스테인 하우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전동화 SUV ‘아이오닉 9’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이 신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제공) 2024.11.21/뉴스1
현대자동차(005380)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의 가격을 6000만 원대로 책정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앞서 출시한 동급 차량인 기아 EV9이 ‘고가’ 논란 속 판매 부진을 겪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진했던 대형 전기 SUV 시장의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6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9의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7인승 익스클루시브 기준 6715만 원이다. 여기에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6000만 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2023년 출시한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 9과 비교하면 아이오닉 9은 622만원 저렴하다. 최상위 트림인 6인승 캘리그래피에 4륜 시스템을 더한 모델과 EV9 6인승 GT라인을 비교해도 아이오닉 9의 가격이 69만 원 싸다.
아이오닉 9은 성능 면에서 EV9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용량의 경우 아이오닉9은 110.3kWh로, EV9(99.8kWh)보다 높다. 1회 충전 주행거리의 경우 아이오닉 9은 모델에 따라 최대 532㎞, 최소 501㎞인 반면, EV9은 최대 주행거리가 501㎞다.
현대차가 이런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한 것은 기아 EV9의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대형 전기 SUV인 EV9은 출시 당해 8052대를 판매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풀옵션 기준 1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고가’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판매량이 2012대로 급감했다. 기아는 판매 부진 속 재고 차량 판매를 위해 차량 가격을 2000만 원 이상 할인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오닉9의 합리적 가격을 통해 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의 활성화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최근 출시한 대형 SUV 시장의 강자 팰리세이드와 가격대가 겹치는 것도 아이오닉 9의 선전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팰리세이드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구성되는데, 가장 비싼 하이브리드의 경우 풀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7150만 원으로 아이오닉9과 비슷하다.
신차를 발표하며 가격 인상 논란을 겪었던 현대차가 아이오닉9을 통해 이런 부정적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성비를 앞세운 BYD와 지난해보다 70만 원 줄어든 정부 보조금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BYD가 1000대 이상 사전 계약을 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마켓셰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현대차 역시 이에 대응해 합리적 가격, 저가형 전기차, 고객 서비스 확대 등으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