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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는 자동차’ 美中 경쟁속 한국도 “2028년 상용화 목표”

한종호 기자
입력 2025-03-06 03:00:00업데이트 2025-03-06 08:33:05
중국 샤오펑에어로 HT가 개발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eVTOL) ‘X2’. 샤오펑 제공중국 샤오펑에어로 HT가 개발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eVTOL) ‘X2’. 샤오펑 제공
1989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공상과학(SF) 영화 ‘백투더퓨처2’에 나온 플라잉카(도로 주행 가능 항공기)가 현실이 됐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가 개발 중인 플라잉카 ‘모델 A’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모델 A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도로에 수직으로 이륙해 약 10m 거리를 저공 비행하며 정지한 차량을 넘어가기도 했다. 예상 가격은 약 30만 달러(약 3억9000억 원). 영화 백투더퓨처2의 배경이 된 2015년에 설립된 알레프 에어로노틱스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모델 A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의 플라잉카(도로 주행 가능 항공기) ‘모델A’. 알레프 에어로노틱스미국 스타트업 알레프 에어로노틱스의 플라잉카(도로 주행 가능 항공기) ‘모델A’. 알레프 에어로노틱스
교통 혼잡과 환경 문제가 각국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플라잉카와 도심항공교통(UAM)이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인증 체계 마련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술력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미국이다. 보잉, 조비 에비에이션 등 항공우주 선도 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고도화된 드론 기술과 정부 지원, 내수 시장 규모 등의 이점을 앞세워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Xpeng)의 자회사 샤오펑에어로HT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랜드 에어크래프트 캐리어(LAC) ‘육지항모’의 실물을 공개했다. LAC는 6륜 구동 전기 미니밴과 2인승 전기 수직 이착륙 드론으로 구성되며 버튼을 누르면 트렁크가 열리고 드론이 차량과 분리돼 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은 후발주자이긴 하나 통신 인프라, 도심 교통 관리 시스템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2021년 미국에 설립한 독립 법인 ‘슈퍼널’의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S-A2’의 시험 기체가 최근 미국 최대 첨단 항공 기술 테스트 시설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공항에서 포착되며 시험 비행 단계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S-A2는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km로 순항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 전기 추진 방식을 활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운항 시 소음도 식기 세척기 수준인 45∼65dB(데시벨)에 불과하다.

다만 S-A2의 상용화까지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인증 체계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전기추진 시스템, 수직 이착륙, 자율비행 등이 탑재되는 UAM에는 상용부품이 아닌 자체 개발한 부품과 시스템, 전기추진체계 등이 활용돼 기존 항공기 인증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이에 미국은 연방항공청(FAA)을 중심으로, 중국은 국가항공청(CAAC) 주도로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등 여러 기관에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어 이를 통합 관리할 별도의 독립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국토부 등 정부 부처는 잦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중요한 항공 업무를 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드론, UAM, 상용기 등 비행체들의 안전이나 인증 문제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항공청’ 등 별도의 종합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