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8월 글로벌 정책실(GPO)을 신설하고, 2024년 2월 이를 독립 사업부로 격상시켰다. 김일범 부사장이 총괄하는 GPO는 정책 전략팀과 운영팀으로 구성되어 미국을 포함한 해외 정부와의 협상 체계를 체계화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과 외교부 북미2과장,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등을 역임한 김 부사장은 미국 현지 로비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대관 인력도 대폭 확충했다. 미국 정·관계 로비 자금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소속 미국 등록 로비스트는 2021년 30명, 2022년 31명, 2023년 35명에서 2024년 4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4년간 33%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을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를 영입해왔다”며 “정의선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웨이저자 TSMC 대표에 이어 글로벌 민간 기업으로는 세 번째로 백악관에 설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GPO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대외 전략을 총괄하는 성 김 사장이 이번 투자 발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하며 구축한 정치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성 김 사장은 1988년 미국 국무부에 입부해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외교 전문가다. 현대차는 2023년 12월 그를 자문역으로 영입한 뒤 2024년 11월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인사도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11월 호세 무뇨스를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이래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연이은 실적 신기록을 달성했다.
미국은 기아까지 포함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723만1000대)의 23.6%(170만8293대)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시장이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