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근교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자 단층 구조의 거대한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에서 바라본 공장 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HYUNDAI MOTOR GROUP(현대자동차그룹)’이 쓰여 있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 4배 크기(1176만 ㎡)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메타플랜트)’다.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 시간) 메타플랜트 준공식을 개최했다. 2022년 10월 기공식을 연 지 2년 반 만에 미국 내 최첨단 생산기지가 마련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우리는 단지 공장을 짓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 “미국 내 연간 120만 대 생산 시스템 구축”
이날 준공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앙헬 카브레라 조지아공대 총장, 조현동 주미 대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에게 직접 공장을 소개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현대차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현대차 메타플랜트에서 각각 생산하는 GV70 전동화 모델, EV9, 아이오닉5가 함께 전시됐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3대 생산 거점이 완성됐음을 상징한 것이다.

정 회장은 이날 준공식 후 기자들과 만나 “관세라는 것은 국가 대 국가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의 투자가 관세 정책을 크게 바꾸기 쉽지 않다”라며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에 정부가 주도해 협상에 나서고 기업도 개별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연간 30만 대인 메타플랜트 생산량도 5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무뇨스 사장은 “생산량 20만 대 증설은 사실상 생산 시설을 추가로 한 곳 더 짓는 수준의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플랜트에선 현대차 전기차를 주로 생산하고 앞으로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전체 생산량을 연간 12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해 미국 판매 물량(170만 대)의 약 70%가 현지에서 제조돼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철강부터 부품, 조립까지 원스톱 밸류체인

현대제철은 부지 내 조지아 스틸 서비스 센터에서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연간 20만 대분의 초고강도강 소재 강판을 메타플랜트에 공급한다. 현대모비스는 연간 30만 대 배터리 시스템과 부품 모듈을 생산해 메타플랜트로 공급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부지 내 통합물류센터와 출고 전 완성차 관리센터를 운영한다. 각 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메타플랜트 안으로 들어온다. 메타플랜트를 중심으로 나머지 계열사 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최적의 조립 공정이 구축된 것이다.
메타플랜트에는 최첨단 기술도 도입됐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생산 전 과정에 투입돼 품질을 관리하고 고중량·고위험 작업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한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고중량 차량 문 장착 공정을 로봇이 담당해 자동화하고, 맨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도장 품질을 로봇이 차 1대당 약 5만 장의 이미지로 분석한다. 현대차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메타플랜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엘라벨=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