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막 완성된 은색 ‘모델Y’ 한 대가 공장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모두 비어있는 이 차량은 스스로 교통 상황을 분석하며 교차로와 신호등을 능숙하게 통과했다. 고속도로 진입 후 시속 72마일(약 116km)까지 속도를 높여 다른 차량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주행했다. 미국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일반적으로 65∼75마일(약 105∼121㎞)이다. 약 30분간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끝에 한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차량의 주인이 될 호세 씨와 테슬라 엔지니어들은 함께 환호했다.
테슬라가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 자동차 업계 최초의 신차 무인 배송 현장이 담겼다. 테슬라는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축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차량 내부와 원격 조작 모두 일절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이라며 “공공 고속도로에서 사람 없이 완전히 자율주행한 것은 업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10일 엑스에 “(테슬라) 공장의 라인 끝에서 고객 집까지 스스로 주행해서 갈 최초의 테슬라는 6월 28일” 나온다고 예고한 바 있다. 완전 자율주행 고객 인도 시점은 하루 당겨졌다.
이번 무인 자율 배송은 테슬라가 22일 오스틴에서 시작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두 서비스 모두 테슬라의 고도화된 완전자율주행 기능(FSD·Full Self-Driving)이 적용됐지만 이번 배송은 안전 감시원과 원격 조작자가 배치되는 로보택시와 달리 완전 무인으로 이뤄졌다.
이번 사례는 전기차에 인공지능이 결합한 EIV(Electric Intelligent Vehicle) 기술의 상용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인 CATL의 판지안 공동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EV가 아닌 EIV라고 부른다. ‘I’는 지능(intelligent)을 의미한다”며 인공지능이 향후 전기차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 CEO는 이러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로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4월 중국과의 혁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지원하는 안전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