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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거 폐배터리 80%, 재사용 점검도 못받고 방치

전채은 기자
입력 2025-10-14 06:09:16
뉴스1
정부가 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해 폐배터리 수거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폐배터리 80%는 재사용 가능 여부를 점검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기관은 정부 감사에서 “안전 관련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배터리 성능 평가 기기 등이 부족해 10개월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13일 기후환경에너지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에 쓰인 폐배터리를 회수하는 ‘미래 폐자원 거점 수거센터’는 올해 8월 기준 전기차 폐배터리 2258개를 회수해 현재 1205개를 보관하고 있다. 나머지 1053개는 매각하거나 연구시설 등에 전달했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폐배터리 중 966개(80.1%)는 재사용 가능 여부를 살피기 위한 성능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배터리 성능평가를 할 수 있는 차종은 전체 36종 중 17종(47%)에 그쳐 과반은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배터리 제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평가가 어렵고 국내 중소 전기차는 판매량이 적어 평가 방식을 개발하기 어렵다. 기후부 관계자는 “향후 해외 제조사와 협조해 제원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폐기물 재활용업체 등에 하는 위탁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점 수거센터에 보관 중인 폐배터리에서 화재, 누전 등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센터를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 감사에서 “장기 보관에 따른 안전상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전국 센터의 하루 성능평가 가능 물량은 5개에 불과하다”며 “장비를 확충하고 현실적인 평가 기준을 세워야 원활하게 폐배터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