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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율주행 실현되나… 딥러닝 고도화로 더 똑똑해지는 AI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3-03-27 03:00:00업데이트 2023-05-08 18:43:12
D2RL(고밀도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평가 실험에 활용된 ‘링컨 MKZ 하이브리드’ 차량. 실제 가상공간에서 이뤄진 해당 실험에서는 같은 시리즈의 다른 모델이 사용됐다. 링컨코리아 제공D2RL(고밀도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평가 실험에 활용된 ‘링컨 MKZ 하이브리드’ 차량. 실제 가상공간에서 이뤄진 해당 실험에서는 같은 시리즈의 다른 모델이 사용됐다. 링컨코리아 제공
머지않은 미래에 도로를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되는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성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완전자율주행차 이용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지난해 55%에서 68%로 13%포인트 늘었다.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큰 셈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 환경을 판단하고 돌발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개입 없이 안전성을 확보하는 완전자율주행차를 구현하려면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수적이다. 주행 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AI에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도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방대해 기존 AI 기술로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선성인 미국 미시간대 앤아버 연구원 등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학습시키는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한 ‘D2RL(고밀도 심층 강화 학습)’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완전자율주행차의 학습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2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D2RL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학습 자료 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만을 선별하는 능력이다. 기존 딥러닝 기술에서는 AI를 학습시키는 자료의 양이 중요했다면 D2RL 기술은 자료의 질에 초점을 맞췄다.

D2RL 기술은 AI의 학습 과정에서 안전에 직결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해 필요한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학습하도록 돕는다. 가상의 도로를 주행하면서 주변 건물, 사물, 차량, 보행자 등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안전사고 상황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대처 방법을 고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변에 구조물과 차량이 없는 평야 지대를 달릴 때는 건물이나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기존 딥러닝 기술은 이러한 조건에서도 도심의 도로변에 있는 건물 혹은 사물과 충돌하는 상황을 모두 가정해 학습 데이터에 포함시켰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 “매우 비효율적이며 학습 효과 또한 높지 않다”고 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병목 현상이 생겨 AI 학습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D2RL은 주행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선별해 AI를 학습시킨다. 안전과 관련된 양질의 데이터만을 취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 작업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변화하는 학습 환경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수집한다는 점에서 ‘동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이 D2RL 기술을 이용해 AI를 학습시킨 결과 자동차의 안전 관련 판단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기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것보다 102∼105배 빨랐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 ‘링컨 MKZ 하이브리드’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D2RL 기술을 적용한 검증 실험에서는 가상의 공간에서 4km의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발생한 다양한 충돌 상황에 안전하게 대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완전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AI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취합하는 방법의 효율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민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팀은 자율주행차량이 도로 전체가 아닌 주변의 정보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딥러닝’ 기술을 지난해 국제학술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차량통신기술학회지’에 발표했다. 권 교수 팀은 “기존의 기술과 비교했을 때 불안정한 도로 환경에 잘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주행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완전자율주행차량 상용화를 위한 연구는 국내에서 향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인 고도자율주행 레벨4 자동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레벨4는 악천후 등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에 개입하지 않는 단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정부 목표에 맞춰 레벨4 안전성 연구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자율주행차 평가용 시나리오와 다양한 좌석 형태에서 승객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