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후 투아렉을 직접 운전한 엔지니어는 “누군가 우리에게 더 크고 무거운 항공기를 빌려줄 수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폴크스바겐 디젤 엔진의 우수성과 투아렉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지난 1월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세대 투아렉의 부분변경 모델 ‘뉴 투아렉’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신차는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앞두고 마지막 단계로 선보이는 2.5세대 모델인 만큼 기존에 없던 각종 안전 및 편의장비를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기존 상징성을 갖고 라인업에 위치했던 4.2리터 V10 모델은 삭제되고 3.0리터 V6 단일 모델로 옵션에 따라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신차에 탑재된 엔진이 오는 9월 유로6 국내 시행을 앞두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며 씁쓸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차량은 오는 8월말까지만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시승차는 TDI 블루모션,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TDI 블루모션 R라인 등 3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된 모델 중 가장 상위 트림인 블루모션 R라인 모델이다.

좌우 전조등은 주간주행등 기능이 겸비된 바이 제논 헤드램프를 사용하고 더욱 커지고 날카로워졌다. 후면은 범퍼와 LED 안개등, 디퓨저, 트렁크 라인 등이 개선되며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시승차인 R라인의 경우 전후면 범퍼에 공기역학을 고려한 바디킷과 실내외 곳곳에 R라인 로고를 넣어 역동성이 한층 강조됐다.

전체적으로 2.5세대 투아렉의 실내는 폴크스바겐 차량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기조로 만족감 높은 조립 품질이 잘 유지됐다. 다만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내비게이션 기능이 포함된 8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은 반 박자 느린 반응과 직관적이지 못한 설정이 답답하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경우 구글맵을 보는 느낌의 화면구성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실내 전체적으로 경쟁모델과 비교해 차급에서 느껴져야 할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감성품질에서 부족함을 드러낸다.

주행모드는 기본적으로 변속기 레버 뒤쪽에 위치한 작은 다이얼을 이용해 노멀, 컴포트, 스포츠로 선택 가능하다. 다이얼은 손가락을 이용해 위아래로 돌리는 방식으로 조작감이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프리미엄과 R라인 트림은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댐핑 컨트롤 기능과 자동 레벨 컨트롤 기능이 포함되는 등 온오프로드를 고려한 설정이 눈에 띈다. 이 기능은 차량 속도가 140km/h가 넘으면 자동으로 차고가 낮아져 최적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모델의 경우는 이를 이용해 차고를 노멀(201mm)에서 최대 300mm까지 조절 가능하다. 4륜구동 시스템 ‘4모션(4Motion)’과 함께 불규칙한 노면에서 최적의 오프로드 체험이 가능하다. 차고와 주행모드, 노면 상태에 따른 설정이 개별 조작 가능한 방식은 랜드로버의 지형반응 시스템이 이런 것들을 하나의 다이얼 조작으로 통합하며 단순화하는 것과 비교 된다.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이번 시승회를 통해 투아렉의 장점으로 지목될 오프로드 성능은 경험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동급 모델에서 온로드 성능은 부족함 없음이 증명됐다. 동력 성능은 그동안의 명성과 이번 시승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됐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며 지지부진 한 판매실적을 보였던 과거 이미지 쇄신이 투아렉의 가장 큰 과제다.

가격은 3.0 TDI 블루모션 7720만 원, 3.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8670만 원, 3.0 TDI 블루모션 R-Line 975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