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에 등장하는 대사다. 극에 등장하는 2명의 부랑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50년 가까이 그를 기다린다. 어느덧 그들에게 나타나지도 않는 고도를 향한 기다림은 습관이 돼버린다. 인간의 삶을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 나타난 존재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오르게 하는 자동차가 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을 출발해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를 왕복하는 약 70km의 거리를 폴크스바겐 골프 GTE를 타고 달렸다. 도심 한복판 교통정체를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고 유령처럼 뚫고 나가고, 북악스카이웨이의 굽은 길을 날카로운 회칼로 베어내듯 달리며 배터리를 재충전했다. 고속화도로에 올라서는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자 강력한 출력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됐다.
골프 GTE는 지난해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고, 올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정용 전기나 외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 가능하다.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작아 충전이 간편하고 시간도 짧으며 하이브리드처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동력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장점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골프, 파사트, 파사트 바리안트 등 3종의 PHEV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골프 PHEV를 먼저 선보였는데, 아직 판매 시기는 미정이다. 이르면 내년 혹은 그 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폴크스바겐코리아 측 설명이다.

폴크스바겐은 모두 8종의 전기차, PHEV,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시장상황에 따라 곧 바로 투입 가능한 차종들이다. 이제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시장에서 PHEV는 낯설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비해 조금 다른 시스템을 갖춘 탓에 규정이 미비하고,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최근 포르쉐와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PHEV를 국내에 출시하거나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서울모터쇼 때 들여온 골프 GTE 역시 언론시승회가 끝나면 약 50일간의 우리나라 일정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간다. 그런 탓에 이날 8대의 시승차는 모두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이 혁신적인 모델을 국내 도로에서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성능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위해 탄생한 폴크스바겐의 PHEV, 골프 GTE를 경험해 봤다.
먼저 디자인은 골프 GTI, GTD 등 GT라인업을 기반으로 전면에서 ‘C’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통해 차별화했다. 전기차 e-골프와 동일한 LED 듀얼 헤드램프를 사용해 친환경차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으며, 실내외 곳곳은 GT라인업에서 붉은색으로 강조된 부분을 파란색으로 적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파워트레인은 150마력의 4기통 1.4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8.7kWh 리튬이온배터리 팩의 전력을 사용하는 102마력의 전기모터가 더해졌다. 두 개의 동력원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DSG 변속기에 특별히 1개의 클러치를 더한 6단 DSG가 탑재됐다. 듀얼 클러치에 분리 클러치를 더한 독특한 방식의 변속기는 전기차의 효율과 내연기관의 역동성을 적절히 버무려주는 양념장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두 개의 동력을 사용하는 골프 GTE는 복합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안전최고속도 222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7.6초에 도달하는 순발력을 자랑한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경우 최고 130km/h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충전방식은 전기차와 같다.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고 3시간 45분이면 완충된다. 차고나 공공 충전소의 경우는 2시간 15분에 완충된다.



골프 GTE는 평균 연료 소비량이 가솔린의 경우 66.6km/ℓ, 전기의 경우 11.4kWh/100km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g/km로 역동적 주행 감성을 그대로 가지면서도 높은 연비 효율을 구현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