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넘어간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미쓰비시차 회장은 12일 오후 요코하마(橫浜)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닛산이 2370억 엔(약 2조5596억 원)을 들여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닛산은 지분 20%를 보유한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된다. 미쓰비시차는 연간 849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인 르노닛산 연합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순위 변동 없지만 현대·기아차와 격차 벌린 르노-닛산
1933년 설립된 닛산은 1999년 제휴 관계를 맺은 르노와 합쳐 자동차업계 메이저가 됐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기준 도요타(1015만대), 폴크스바겐(993만대), 제너럴모터스(GM·984만 대)에 이어 4위다. 지난해 107만 대를 판매한 미쓰비시차를 인수하면, 연간 판매대수 955만7000대로 폴크스바겐과 GM을 바짝 뒤쫓게 된다. 르노-닛산에 이어 5위인 현대·기아자동차(801만6000대)와의 격차도 100만 대 이상 벌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혼다에 비해 아시아 시장점유율이 낮은 닛산에게 미쓰비시의 브랜드 파워는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양사는 앞으로 전기자동차(EV) 개발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연합 회장은 “닛산은 미쓰비시차가 직면한 연비 문제에 대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닛산의 전면 지원을 통해 미쓰비시차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차는 일본 국내 판매량 8위인 마이너 업체이고 세계 시장 순위는 16위권이다. 하지만 1917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온 ‘100년 전통’ 으로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국산차 1호인 ‘포니’를 생산할 때 기술을 전수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로 닛산은 차종 다양화로 이룰 수 있게 됐다”며 “디젤 게이트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폴크스바겐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닛산의 3위권 진입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수입차 시장에서 약 4% 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미쓰비시차의 주력 시장이 달라 현대·기아차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쓰비시 연비 조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비조작에 무너진 미쓰비시
미쓰비시차는 지난 달 20일 연비 조작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이카와 데쓰로(相川哲郞) 사장이 “2013년부터 생산된 4개 차종의 연비가 5~10% 가량 조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연비 부정 측정은 1991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일부 차종은 15% 이상 연비가 뻥튀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1991년 이후 발매된 차종 50여 개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든 차종에서 불법적인 연비 측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차는 2000년과 2004년에도 인명 사고와 직결되는 리콜 사항을 숨겨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어 일본 소비자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연비 조작 발표 이후 경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났으며 일부 차종은 판매 중단 영향까지 겹쳐 판매량이 70% 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소에는 “차량을 되사가라”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미쓰비시차는 “차량 구매자에게 연비 차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발표한 4개 차종의 보상에만 1000억 엔(약 1조800억 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이 갈수록 수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미쓰비시차가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불똥은 미쓰비시차의 차량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닛산으로 튀었다. 납품 비중이 높은 탓에 4월 닛산의 경차 판매량은 미쓰비시차 보다 더 많은 52%나 줄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닛산이 제휴 관계를 청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닛산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손해배상청구 대신 아시아 시장과 경차에 경쟁력을 가진 미쓰비시차 인수를 선택했다.
1970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분리된 이후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거듭된 스캔들에 시달렸고 위기 때마다 미쓰비시 계열사 지원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계열사들도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마스코 오사무(益子修) 미쓰비시차 회장은 12일 오후 요코하마(橫浜)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닛산이 2370억 엔(약 2조5596억 원)을 들여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닛산은 지분 20%를 보유한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된다. 미쓰비시차는 연간 849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인 르노닛산 연합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순위 변동 없지만 현대·기아차와 격차 벌린 르노-닛산
1933년 설립된 닛산은 1999년 제휴 관계를 맺은 르노와 합쳐 자동차업계 메이저가 됐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기준 도요타(1015만대), 폴크스바겐(993만대), 제너럴모터스(GM·984만 대)에 이어 4위다. 지난해 107만 대를 판매한 미쓰비시차를 인수하면, 연간 판매대수 955만7000대로 폴크스바겐과 GM을 바짝 뒤쫓게 된다. 르노-닛산에 이어 5위인 현대·기아자동차(801만6000대)와의 격차도 100만 대 이상 벌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혼다에 비해 아시아 시장점유율이 낮은 닛산에게 미쓰비시의 브랜드 파워는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양사는 앞으로 전기자동차(EV) 개발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연합 회장은 “닛산은 미쓰비시차가 직면한 연비 문제에 대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닛산의 전면 지원을 통해 미쓰비시차는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차는 일본 국내 판매량 8위인 마이너 업체이고 세계 시장 순위는 16위권이다. 하지만 1917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온 ‘100년 전통’ 으로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국산차 1호인 ‘포니’를 생산할 때 기술을 전수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로 닛산은 차종 다양화로 이룰 수 있게 됐다”며 “디젤 게이트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폴크스바겐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닛산의 3위권 진입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수입차 시장에서 약 4% 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미쓰비시차의 주력 시장이 달라 현대·기아차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쓰비시 연비 조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비조작에 무너진 미쓰비시
미쓰비시차는 지난 달 20일 연비 조작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이카와 데쓰로(相川哲郞) 사장이 “2013년부터 생산된 4개 차종의 연비가 5~10% 가량 조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연비 부정 측정은 1991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일부 차종은 15% 이상 연비가 뻥튀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1991년 이후 발매된 차종 50여 개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든 차종에서 불법적인 연비 측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차는 2000년과 2004년에도 인명 사고와 직결되는 리콜 사항을 숨겨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어 일본 소비자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연비 조작 발표 이후 경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났으며 일부 차종은 판매 중단 영향까지 겹쳐 판매량이 70% 가까이 떨어졌다. 영업소에는 “차량을 되사가라”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미쓰비시차는 “차량 구매자에게 연비 차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처음 발표한 4개 차종의 보상에만 1000억 엔(약 1조800억 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이 갈수록 수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미쓰비시차가 문을 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불똥은 미쓰비시차의 차량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닛산으로 튀었다. 납품 비중이 높은 탓에 4월 닛산의 경차 판매량은 미쓰비시차 보다 더 많은 52%나 줄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닛산이 제휴 관계를 청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닛산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손해배상청구 대신 아시아 시장과 경차에 경쟁력을 가진 미쓰비시차 인수를 선택했다.
1970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분리된 이후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거듭된 스캔들에 시달렸고 위기 때마다 미쓰비시 계열사 지원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계열사들도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