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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총괄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지옥의 서킷서 약점 드러나도 환영”

김성규기자
입력 2016-05-26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1:59:21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부자들이 차고에 수집해두는 차가 아니라 젊은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성능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출전하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뉘르24)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죠. 어떤 문제점이 드러나도 환영입니다. 이번에 고치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됩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59)이 출사표를 냈다. 독일 뉘르24는 출전하는 차량 가운데 완주하는 차량 비율이 60%가 채 되지 않는 혹독한 레이스다. 이 때문에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지옥의 서킷’으로도 불린다.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26일부터 29일까지(현지 시간) 열리는 뉘르24에 개발 중인 N 엔진으로 현대차가 처음 출전한다. 대회를 이틀 앞둔 24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비어만 부사장을 만났다. 비어만 부사장이 현대차에 부임한 뒤 언론과 단독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독일 아헨공대 출신인 비어만 부사장은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해 고성능차 분야를 주로 담당해왔다. 특히 BMW의 고성능 버전인 ‘M’ 시리즈를 비롯해 30여 년간 고성능차를 개발해 온 세계적인 고성능차 전문가다. 지난해 4월 현대차로 옮겨왔다.

“뉘르24 출전 합니다” 26∼29일(현지 시간) 열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출전할 현대자동차 차량의 모습. 차체는 i30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성능 ‘N’ 모델을 위해 개발 중인 2.0L 터보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45마력 이상의 힘을 낸다. 현대자동차 제공“뉘르24 출전 합니다” 26∼29일(현지 시간) 열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 레이스’에 출전할 현대자동차 차량의 모습. 차체는 i30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성능 ‘N’ 모델을 위해 개발 중인 2.0L 터보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45마력 이상의 힘을 낸다. 현대자동차 제공
N이라는 이름 자체를 뉘르부르크링에서 따왔을 만큼 뉘르24는 상징적인 대회다. 자칫 성적이 초라할 경우 개발 중인 N에 대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어만 부사장은 “결과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의 도전정신과 개발 중인 엔진 성능을 시험해보는 자리입니다. 잘하면 좋지만 오히려 약점을 찾기 위한 것이죠. 이번 대회 경험은 N 개발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겁니다.”

BMW의 ‘M’과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등 유명 자동차 회사의 고성능 브랜드와 차별되는 N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비어만 부사장은 ‘젊음’과 ‘재미’를 강조했다.

“오래된 브랜드들과 달리 우리는 젊은 팀입니다. 주행 성능을 한계까지 밀어붙여도 견뎌내는 고성능차를 만든다는 목표는 기존 브랜드들과 같죠. 하지만 젊은층을 아우르는 넓은 고객층이 고성능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차가 됐으면 합니다. 또 운전의 재미란 마력이나 토크(회전력) 등 데이터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섬세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해서 운전자가 차와 ‘즐겁게 논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 겁니다.”

비어만 부사장은 지금이 현대차가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들기 알맞은 때라고 봤다.

“현대차가 파티에 합류하려 합니다. 세계적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죠. 약 5년 후에는 고성능차 판매량이 지금보다 40% 정도 늘어날 겁니다. 지난 주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을 보기 위해 몰린 많은 사람을 보니 한국도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어만 부사장은 “기본 성능은 같지만 지역별 특성에 맞춘 차체 스타일과 세부 설정을 통해 각 지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에서 1년째 일하고 있는 소감을 물었다.

“현대차는 엔지니어가 이끄는 회사입니다. 제대로 된 차를 만들고 싶어 이곳에 왔고,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쉬는 날에는 함께 온 아내와 함께 강릉과 대관령 등 동해안 지역을 많이 찾습니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테스트 중인 차종을 몰고 가봤는데, 물론 그중 N이 가장 좋습니다. 허허.”

화성=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