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7월 현대기아車 獨 판매량 1만4483대 vs 폴크스바겐 韓 판매량 425대

이은택 기자
입력 2016-08-10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1:35:27
한국 현대자동차와 독일 폴크스바겐의 처지가 상대방 국가에서 뒤바뀌었다. 독일 진출 초기만 해도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편견 때문에 고전하던 현대차는 20여 년 만에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가 됐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독일 ‘국민차’의 자부심을 자랑하던 폴크스바겐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9일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IK)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7월 독일에서 총 1만4483대를 팔아 2위 스코다(체코·1만3879대)를 제치고 독일 내 수입차 업체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특히 1월 독일에 출시된 현대 투싼은 상반기 독일에서 판매된 수입 신차 중 판매량 1위(2719대)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링카’로 뽑혔다.

반면 지난해 디젤게이트, 올해 인증서류 조작으로 논란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의 한국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한국에서 425대를 파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2998대)보다 85.8% 줄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상대방 국가에 진출했을 당시를 생각해 보면 “처지가 완전히 변했다”는 평이 나온다.

1991년 독일 수출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는 초창기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명차의 고향’을 자처하는 독일의 소비자들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차를 불신했다.

2002년 미국의 한 언론은 독일 운전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산 자동차는 평균 점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당시 만족도 1, 2위는 일본의 도요타와 마쓰다가 차지했다.

이후 현대차는 ‘제품의 고급화’와 ‘유럽 소비자에게 맞춘 서비스’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당시 독일에서는 현대차 고객이 차량을 수리하러 올 때 택시비를 지급해 줄 정도였다.

반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판매를 시작한 폴크스바겐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가의 수리비, 부족한 사후수리(AS) 인프라 등으로 불만이 높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폴크스바겐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총 29곳이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한국 판매량이 3만5800대였으니 한 곳당 연간 1000대가 넘는 차량을 감당해야 하는 것. 높은 수리비도 매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많은 수입차 업체들이 그간 브랜드 이미지만 믿고 한국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