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올 판매목표 달성 ‘빨간불’… “친환경車에서 미래 찾을 것”

이은택기자 , 유성열기자 , 김준일기자
입력 2016-10-11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1:17:48
 
 ‘한국 자동차 산업 대표선수’인 현대자동차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에서 엔진 결함 등으로 소비자 보상이 예고됐고 안으로는 국토교통부까지 이례적으로 현대차를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미국에서 문제가 된 엔진에 대해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계속된 파업 사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경북 경주 지진과 태풍 차바 사태로 연이은 생산 차질을 빚은 터라 파업이 재개되면 얼마나 생산 차질이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달 중 나올 3분기(7∼9월)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보상, 파업…국내외에서 ‘악재’ 쓰나미

 서울중앙지검은 10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현대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히고 사건을 형사4부(부장 신자용)에 배당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지난해 6월 생산한 싼타페 2360대의 조수석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도 적법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관리법 등에 따르면 제조사가 결함을 알았을 때 10일 내 정부에 신고하고, 신문에 공고해야 하는데 현대차는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정부에 알렸다. 현대차는 “단순 착오”라고 설명했다.

 유로6 디젤엔진이 탑재된 현대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올뉴쏘렌토 차량에서 ‘엔진오일 증가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2014년형 쏘나타 세타Ⅱ 엔진 결함에 대해 88만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수리비, 대체차량 렌트비, 견인비, 중고차값 손실 등을 보상한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보상금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엔진에 대해 국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토부도 최근 국산 쏘나타의 세타Ⅱ 엔진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만 문제가 될 뿐 국내 생산 엔진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파업은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현대차 노조는 11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여는 일정으로 바꿔 파업 재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노조가 재차 파업에 들어가면 긴급조정권 발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대차 노조가 다시 파업하면 장관에게 주어진 모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열린다.

○ 판매량 순위 하락도 우려

 연 목표 판매량(501만 대) 달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10일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중국 시장 불황으로 목표치(505만 대) 달성에 실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상반기 폴크스바겐그룹, 도요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이어 세계 판매량 5위다. 그 뒤를 포드와 FCA(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가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차그룹(386만 대)과 포드(341만 대)의 판매량 차이는 45만 대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매도가 몰려 전일보다 3000원(2.2%) 내린 13만3500원에 마감했다. 연이어 불거지는 악재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과감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로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품질 부문에서 불거진 문제를 조기 수습하는 것과 함께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등에 대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현대차 스스로 최근의 좋지 않은 상황을 빨리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대차가 한국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소차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유성열·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