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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삼성전자에 현대車도 안팎 악재… 한국경제 벼랑으로 가나

동아일보
입력 2016-10-12 00:00:00 업데이트 2023-05-10 01:17:35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한 쏘나타에서 엔진 결함이 발견돼 88만여 명의 고객에게 보상한다는 합의서를 미 법원에 제출했다. 국내에서도 디젤엔진이 탑재된 싼타페에서 원인 불명의 ‘엔진오일 증가 현상’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작년 6월 생산한 싼타페의 조수석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함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회사가 안팎 악재에 시달리는데도 노조는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오늘 노사 교섭 상황을 지켜본 뒤 파업을 재개할지 결정키로 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라 불거진 불량 논란은 현대차의 품질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지난해 505만 대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한 현대차가 품질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추락할 위험성이 크다. 이 와중에 정규직 평균 연봉이 9600만 원으로 근로자 상위 10% 연봉(6432만 원)을 훨씬 웃도는 노조가 파업을 재개한다면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대차와 함께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어제 오후 공시를 통해 배터리 결함이 발견된 갤럭시 노트7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리콜 이후 새 제품에서도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단종(斷種)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6대 주력 산업 중 조선과 해운업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철강과 석유화학도 글로벌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선방했던 전자와 자동차의 핵심 기업들까지 흔들리면서 거의 모든 주력 산업이 휘청거리는 실정이다. 수출은 자동차 파업과 휴대전화 리콜 사태로 지난달 5.9%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는 감소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품질은 일본에 뒤지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뒤지는 ‘샌드위치 현상’에 이어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은 일본에, 품질 경쟁력은 중국에 추격당하는 현상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에 총체적으로 비상등이 켜졌지만 정부는 안이한 인식과 허술한 액션플랜으로 정책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임기 내에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처럼 가면 한국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 벼랑 아래로 추락할 위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