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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송진흡]현대차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

송진흡 산업부 차장
입력 2016-10-12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1:17:27
송진흡 산업부 차장송진흡 산업부 차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2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현대차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중소 협력업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평균연봉이 1억 원이 넘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벌린 주범”이라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현대차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이달 9일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쏘나타의 엔진 결함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들에게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계기였다. 현대차는 이 소식이 알려진 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공정 문제인 만큼 국내 판매 제품이 같은 엔진을 쓰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서는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처사다’ ‘귀족 노조는 손도 못 대고, 국내 소비자만 쉽게 본 것이다’ 등 현대차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때마침 국토교통부가 에어백 작동 결함을 발견하고도 제때 리콜 계획을 신고하지 않은 현대차를 고발하면서 소비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관련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자면 당사자인 현대차 임직원의 공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나 국내 소비자가 공헌한 사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

 협력업체는 현대차에 품질 좋은 부품을 싼값에 공급하면서 현대차가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생산 물량을 포함해 세계 5위권 자동차그룹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초가 됐다. 특히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면서 연봉을 높여 가는 과정에서 떨어진 제품 가격경쟁력을 납품 단가 인하를 통해 보완해준 공로가 있다.

 국내 소비자도 현대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현대차가 기아차와 함께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상당 기간 유지하면서 해외 진출 역량을 키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국내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형무형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현대차는 정부의 전폭적인 판매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파업을 단행했다”고 비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력업체나 국내 소비자, 정부 모두 현대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들의 희생과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차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집행부가 사측과 함께 내놓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추가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파업 카드만 만지작거렸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협력업체나 국내 소비자, 정부에 사실상 추가적인 희생과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안티 현대차’ 분위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잇단 파업으로 현대차의 판매 실적은 하강 곡선을 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 5위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든든한 지원자였던 협력업체와 국내 소비자, 정부마저 등을 돌리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현대차 노사가 아는지 모르겠다. 
 
송진흡 산업부 차장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