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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각타결 현대차 임협… 勞勞갈등이 원인

박은서 기자
입력 2016-10-17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1:16:39
15일 새벽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협상이 타결됐다. 전날(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63.31%가 찬성표를 던진 것. 노사는 17일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을 한다.

 노사 임금협상 과정은 5월 17일 상견례를 시작해 5개월이 소요됐다. 노조는 12년 만의 전면 파업 등 24차례의 파업을 진행하고, 3개월간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12월 말에야 타결했다.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여파가 컸다.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해 8월 말 사측이 한발 물러섰음에도 노조 내부에선 “임금 인상 폭이 작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이처럼 노사 협상이 장기화된 것은 노조 내부의 이른바 ‘노노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 노조 결성 이후 분파를 거듭한 현장조직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탄생했다. 노조의 결성 이후 내부에서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현장조직’이 등장한다. 현장조직은 노조 집행부와 노선을 달리하며 차기 집행권을 두고 경쟁하는 조직이다. 정치의 야당 같은 존재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책자 ‘노동조합 내부 민주주의와 현장조직’에 따르면 노조 결성 이듬해인 1988년, 당시 집행부(한빛) 이외에 ‘민주노동자실천협의회(민실협)’와 ‘민주노조실천노동자회(민실노)’가 별도 세력으로 결성됐다. 3개 계파의 조직 간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노조위원장 선거를 매개로 분파와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다. 초반 사측에 협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실리적 세력’과 사측과의 투쟁을 주장해온 이른바 ‘민주 노조’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였으나, 1993년에는 민주 노조도 ‘전투적 세력’ 대 ‘진보적 세력’으로 구도가 나뉘는 등 분파가 계속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념적으로 큰 차이가 없이 파벌이 난립했다”는 문제의식이 노조 내부에 생기면서 조직 간 통합 움직임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크고 작은 조직의 분파는 여전히 계속됐다. 현재는 박유기 지부장(노조위원장)이 속한 ‘금속연대’를 비롯해 ‘들불’,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금속민투위)’, ‘민주현장’, ‘현장노동자’, ‘소통과 연대’ 등 10여 개 조직이 있다.

○ 집행부 대 현장조직, 길고 긴 갈등

 집행권을 잡지 못한 현장조직은 곧잘 집행부에 대해 날 선 비판과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8월 노사 간의 첫 번째 잠정합의안이 나왔을 때도 현장조직들은 극렬한 반발을 했다. 금속민투위는 유인물을 통해 “정신 나간 집행부 정신 차리게 무조건 반대 찍자”고 주장했다. 소통과 연대는 “경영진은 챙겨갈 돈 다 챙겼지만, (노동자의) 기본급 인상은 충족되지 못했다”며 “(잠정합의안은) 간 쓸개 다 빼준 굴욕적인 합의”라고 맹비난을 했다. 78.05%란 역대 최고 반대 투표율이 나온 데에는 이런 대대적인 부결운동이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가 맺은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9번째다. 이전 가장 최근 부결인 2008년 당시에도 차기 집권을 도모하려는 현장조직들이 집행부에 반대하는 여론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노동조합 구성상의 문제도 있다. 현대차지부는 집행부와 공장별 대표 및 대의원, 지역위원회로 구성된다. 대의원과 지역위원회는 집행부 선거와 별개로 선출하기 때문에 현 집행부 조직과 다른 현장조직에 속한 인물이 당선되기도 한다. 이들이 노조 교섭 대표단을 꾸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교섭 대표단 안에서도 노노 의견 일치가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노조 내부의 민주주의를 위해 현장조직이 필요하다면서도 오랜 기간 커진 노노 갈등은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조가 더 이상 정치파업이 답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면, 헤게모니 싸움 같은 불필요한 갈등은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