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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탈락 한국 車생산, 파업이 결정타

한우신기자
입력 2017-01-10 03:00:00 업데이트 2023-05-10 00:52:39
한국이 11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빅 5’에서 밀려났다. 한국은 지난해 국가별 완성차 생산량 순위에서 인도에 뒤져 6위로 뒤처졌다. 한국은 2005년 자동차 생산국 5위에 오른 뒤 이 순위를 유지해 왔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 업체들이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이 생산량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앞으로도 생산 차질이 심화되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늘려 국내 생산량이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고용과 청년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422만8536대다. 2015년 455만5957대에 비해 7.2% 감소했다. 427만1741대를 생산한 2010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생산량 감소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지난해 7∼10월 발생한 파업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생산량은 167만9906대로 2015년 185만8395대에 비해 9.6% 줄어들었다. 기아차도 지난해 155만6845대를 생산해 2015년(168만4555대)보다 9.4%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으로 인해 차질을 빚은 생산량은 약 20만 대로 역대 최대 규모다”라고 밝혔다.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면 제조업체들은 해외 공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9월 현대차 국내 공장의 매출액(수출액 포함)은 2015년 같은 기간보다 7.6% 하락했다. 반면 현대차의 미국 공장 매출액이 16.1% 증가한 것을 비롯해 인도(14.4%) 중국(8.9%) 체코(25.2%) 터키(6.9%) 러시아(5.0%) 등 거의 모든 해외 공장의 매출이 늘어났다. 기아차도 지난해 1∼9월 국내 매출액의 비중이 57.4%로 전년 동기(64.2%)보다 감소했다.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서 파는 자동차는 수출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임금 수준도 해외 완성차 업체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평균 연봉은 9313만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도요타(7961만 원), 폴크스바겐(7841만 원)은 한국 업체의 85% 이하다. 국내 생산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지난해 파업이 없었던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판매량은 늘었다. 르노삼성의 작년 자동차 생산량은 24만3971대로, 2015년 20만5059대에 비해 19.0% 급증했다. 쌍용차의 작년 판매량 역시 2015년보다 1만 대가량 늘며 6.9% 성장률을 보였다.

 자동차 생산국 5위에 오른 인도가 한국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한국은 지난해 1∼6월 219만5843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인도 생산 대수(218만6655대)를 앞질렀다. 하지만 7월부터 한국의 누적 생산 대수는 255만5970대로 인도(257만5311대)에 뒤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파업이 발생한 시점과 겹친다. 인도의 지난해 전체 생산량은 역대 최대인 450여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생산량 1∼4위는 중국, 미국, 일본, 독일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도 내 소형차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자동차 내수 시장은 올해 위축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지 않는 한 자동차 생산국 빅 5 지위를 되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수출 증가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위기의식을 갖고 체계적인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