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내 전자부품 비중은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초기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앞차와의 거리를 파악해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더 나아가 주행이 원활하지 않다 싶으면 차로를 변경하는 기술도 개발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차로 변경을 위해서는 옆 차로에 있는 자동차의 속도를 파악해 충돌 위험 등을 감지해야 한다. 단순한 주행보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전자부품의 양도 늘어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은 고속 통신망을 기반으로 차와 차가 통신하고, 신호등 같은 교통 인프라와 차가 통신하는 커넥티드카 기술로 진화 중이다. 커넥티드카 기술은 ‘길찾기-현재 위치에서 맛집 추천해 길 안내하기-할인 행사하는 맛집 추천해 길 안내하고 자율주행으로 데려가기’ 같은 사용자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자동차는 ‘커다란 전자제품’이 될 것이란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이유다.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는 기계, 전자, 통신, 생활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도 여겨진다.
결국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모비스 같은 자동차부품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필수 과제다. 모비스는 최근 ‘자율주행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속도로에서 차로 변경이나 분기로 진입이 가능한 레벨2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Highway Driving Assist) 개발을 완료했으며 2019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기존 레벨1 HDA에서는 차로를 유지한 채 앞차를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모비스는 2020년에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서울∼부산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2022년에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으로 레벨3 자율주행은 고속도로 같은 특정 구간에서의 자율주행을 뜻한다. 최종 단계인 레벨4는 도심에서도 이뤄지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에서는 차량 주행의 주도권이 ‘운전자’에서 ‘시스템’으로 넘어온다. 따라서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고성능 센서와 고정밀 지도를 통한 정교한 인지와 측위,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모비스는 이러한 기술을 담을 수 있는 통합 자율주행 플랫폼 기술 개발을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 및 교통 인프라와 상호 통신하는 기술과 주행보조시스템 센서를 결합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전방 차량 급제동 경고’, ‘교차로 좌우 접근 차량 충돌 위험 경고’, ‘안전한 추월 여부 판단’, ‘차로 변경 위험 경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는 차량 간 경고 기능 위주로 개발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기존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와 융합해 자동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것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