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에서는 13일 열리는 통상임금 1심 선고의 최종변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억지 경제보복으로 판매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자칫 1조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법조계와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13일 노조의 소송으로 제기된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놓고 최종변론에 나선다. 법원이 추가변론을 요구하지 않으면 이르면 8∼9월경, 늦어도 올해 안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10월 조합원 2만7458명의 이름으로 통상임금 관련 집단소송을 내 6869억 원을 돌려줄 것을 청구했다. 2014년 10월에는 집단소송과 다른 기간에 대해 조합원 13명의 이름으로 약 4억8000만 원의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소송에서 노조 측이 이기면 전 직원에게 확대 적용된다. 이번 최종변론과 1심 선고는 집단소송과 대표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노조 측이 이길 경우 사측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1∼6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 실적이 12만9670대에 그쳐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미국 시장도 전년보다 판매량이 10% 줄어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경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인 데다가 친노조 성향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뤄지는 변론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 사측이 현대자동차와 달리 소송전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여금 지급 당시 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 대한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상여금이 누구에게나 고정적으로 일할(日割) 지급됐다는 해석이 가능해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신의칙’이 인정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신의칙이 인정받으려면 정기상여금과 관련한 소송에서 지급 당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의 합의가 있고, 근로자의 임금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신의칙이 인정되면 사측이 패하더라도 소송금액의 전체나 혹은 일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기아차는 1심에서 패하면 곧바로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심 선고에 따라 통상임금 지급액이 결정되면 항소를 하더라도 해당 금액을 손실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기아차 측은 “통상임금에 따른 비용 발생은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결국 경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