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와 LG유플러스 내비게이션의 월간 이용자 수를 합치면 약 350만 명으로 2위인 카카오내비(월간 이용자 약 430만 명)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통신시장에서 2, 3위로 경쟁사이기도 한 KT와 LG유플러스가 손을 맞잡은 것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T맵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크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SK텔레콤뿐 아니라 KT·LG유플러스 고객과 알뜰폰 가입자 등에게도 T맵을 개방해 이들을 T맵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T맵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740만 명에서 이달 1000만 명 안팎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T맵이 독주하는 상황은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에선 잠재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SK텔레콤이 최근 자율주행차 임시주행 허가를 받은 뒤로 양사의 부담은 더 커졌다. KT와 LG유플러스가 서비스 통합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들 기업이 모바일 내비게이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의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플랫폼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데이터가 경쟁력을 지녀야 하는데, 이용자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교통 흐름과 운전자의 운전 패턴 등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된다. 내비게이션이 빅데이터 수집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자동차가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문정용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장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지리정보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며 “원내비를 통해 미래 플랫폼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전쟁은 이동통신사를 넘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로도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용자들의 이동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상권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 형태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초 카카오 자회사로 출범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2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모빌리티 분야에서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어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