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 카허 카젬 신임사장은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하기 전 내부에 이 같은 주문을 했다. 한국GM 측은 ‘한국GM을 둘러싼 안팎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철수 논란이 짙어졌다’고 보고했다. 복합적 요인은 △제임스 김 전 한국GM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2014년 이후 3년 동안 2조 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 △노조의 연속적 파업 △2002년 옛 대우차 인수 조건이었던 ‘15년간 경영권 유지’ 약속이 올해 10월 기한을 다한다는 점 등이다.
보고서에는 한국GM 철수설이 부각된 데에는 카젬 신임사장의 이력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1월부터 GM인도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GM 쉐보레 인도 내수시장 철수’ ‘인도 생산공장 일부 매각 결정’ 등에 관여했던 탓이다. 실제 카젬 사장의 부임 소식이 알려진 뒤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가 왔다”는 소문이 잇달았다.
6일 한국GM 카젬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 위치한 디자인센터 공개 행사 자리에서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한국GM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GM 디자인센터는 GM 핵심 브랜드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서”라는 것이다.
카젬 사장은 이날 “한국GM 사업 관련 많은 소문을 본인 역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GM의 경쟁력과 역량이 GM 글로벌 경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은 글로벌 쉐보레 시장 중 5번째로 큰 시장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 한국GM 내·외부 관계자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GM이 공개한 디자인센터는 GM 북미 디자인스튜디오에 이어 GM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곳이다. 한국GM은 2014년 약 400억 원을 투자해 디자인센터 규모를 두 배 이상 확장했다. 쉐보레 스파크, 크루즈 등 글로벌 제품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볼트EV’ 등 순수 전기차 라인업의 디자인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현재 약 180명의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
한국GM 디자인센터 스튜어트 노리스 전무는 “한국GM 디자인센터는 글로벌 GM 디자인의 핵심 기지다. 볼트EV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위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대형차보다 소형차가 어렵다. 안전성 면에서 뒤지지 않으면서도 좁은 공간 안에 자동차의 여러 편의사양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경차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쉐보레 경차부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소형차 제품군 위주의 디자인을 주도한 한국GM 디자인센터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GM 내부적으로 입지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6일 한국GM 디자인센터 공개 행사는 카젬 사장이 본인 이력으로 증폭된 ‘한국GM 철수설’ 논란을 걷어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