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현대차와 렌터카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렌터카 업체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셰어링 등 자동차 이용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현대자동차그룹 내 관련 사업을 체계화하기 위해 렌터카 업체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거론되는 피인수 기업은 지금이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팔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는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공유하는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인 BMW와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이미 대규모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이용 관련 사업이 취약하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갖춘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가 많다. 우려를 해소할 발판으로 현대차가 렌터카 업체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요타가 렌터카 업체를 활용한 전략이 현대차가 벤치마킹할 대상이다. 도요타는 1966년 도요타렌터카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세웠다. 현재 일본 내 64개 지역에서 ‘도요타 렌터리스’란 이름으로 사업을 하며 렌터카 업계 1위다. 2007년에는 렌터카 사업을 기반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로 일 단위로 빌리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게 해 이용 대상을 젊은층 등으로 넓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사례를 보면 자동차회사에 렌터카 사업은 그 자체로 수익성이 나쁘지 않고 최근 자동차 이용과 관련된 시장이 커지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자동차회사가 서비스 사업 영역을 늘릴수록 관련된 다른 기업과의 협력은 쉬워질 수밖에 없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에 투자했다. 우버에 이은 업계 2위 리프트에는 GM이 투자했다.
렌터카 업체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자동차 이용 서비스 사업을 개편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하는 중고차 매입과 경매는 렌터카 업체 인수를 통해 물량 증대로 원가를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제주에서 소규모 렌터카 업체와 연합해 9월 시작한 카셰어링 ‘딜카’와 기아자동차가 8월 개시한 주거형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 등 아직 미비한 차량공유 사업들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산업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렌터카 업체 인수는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평했다.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측은 “매각과 관련해 양 사가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