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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판매, 8년만에 月 1만대 미만 추락

서동일 기자
입력 2017-10-31 03:00:00 업데이트 2023-05-09 23:12:57
한국GM 스파크한국GM 스파크
한 달 경차 판매량 1만 대 선이 무너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국내 경차 판매량은 1만 대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차의 한 달 판매대수가 1만 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09년 8월(9492대)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 경차 판매량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적었다. 쉬는 날이 없었던 9월에도 경차 판매대수는 1만484대(전년 동기 대비 18.3% 감소)로 1만 대 선을 턱걸이했다. 올해 9월까지 경차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6.9% 감소한 10만3647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월별 경차 판매량은 1만 대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10월 추석 연휴가 끼어 판매일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국내 경차 판매량이 급격한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일 기준 판매대수는 모닝 3100여 대, 레이 820여 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GM 스파크도 2200여 대가 판매(23일 기준)됐다.

기아 모닝기아 모닝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경차 판매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코나(현대자동차), 스토닉(기아자동차), 티볼리(쌍용자동차) 등 소형 SUV가 엔트리카(생애 첫 차)의 주도권을 갖고 가면서 경차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 2년 전 생애 첫 차로 기아차 레이를 샀던 A 씨(32)는 “취득세 면제, 공용주차장과 통행료 할인, 유류세 할인 주유카드 등 비용적 문제뿐만 아니라 주차가 쉽다는 점 등 경차가 주는 다양한 이점 덕분에 만족도가 커서 주변에도 경차를 많이 권유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첫 차로 경차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소형 SUV 시장은 연간 11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특히 현대·기아차가 코나와 스토닉을 내놓으면서 판매량은 더 뛰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8월 5만여 대가 팔렸던 소형 SUV는 올해 같은 기간 약 7만 대까지 팔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경차보다는 공간이 넓고 주말 레저용으로 어울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경차는 3종에 불과하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가 전부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그만큼 좁다는 뜻이다.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니 자동차 업체들이 경차·소형차 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신차가 나오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더욱 외면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저유가 현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친환경차 판매가 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동안 경차의 대표적 장점 중 하나는 ‘높은 연비’였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 이후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차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다. 연료비가 적게 드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가 대거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소형차의 부진, SUV·대형차의 상승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대형 자동차 시장은 그랜저IG, G70, 스팅어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0.8%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